2025. 1. 11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4
그라나다에 도착해서 하차하니 기차 지붕 위로 웅장한 설산 봉우리가 보인다. 지중해 기후인 스페인 남부의 겨울 기후는 온화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설산이 보이니 생경하다. 플랜홈을 나와 역 광장으로 나온다. 광장의 첫인상 역시 그동안 상상했던 그라나다의 이미지는 아니다. 그라나다라고 하면 너무 알람브라 궁전의 이미지만 꽉 차 있었나 보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BIBO SUITES NUEVA PLAZA
누에바광장 가운데 건물 문틀에 조그마한 적색 간판에 비보 수이츠 호텔 간판이 붙어 있다. 호텔 간판치고 무척 소박하다.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니 넓진 않지만 고풍스럽고 깔끔한 공간이 나온다. 리셉션 데스크는 한층 위에 있다. 3명이 겨우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이동한다. 객실은 넓고 깨끗하고 매우 만족스럽다.
체크인까지 마치니 저녁식사 때가 다가온다. 오늘은 여행 유튜브를 보면서 맛있어 보였던 식당을 갈 요량이다. 숙소에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다. 많은 식당들이 오후 8시에 저녁영업을 시작한다. 여유 있게 출발해서 천천히 걸어가 10분 전에 식당에 도착한다. 맛집이라는 정보가 무색하게 식당이 있는 골목이 어둡고, 식당은 휴무일인 듯 불이 꺼져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고민이 시작된다. 10분을 기다려야 하나. 더 늦기 전에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집을 찾아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8시에 여는 식당이 6~7분 남겨놓고 이렇게 비어 있을 수는 없다. 다른 곳을 찾아보자. 걸어서 골목을 빠져나가다가 마지막 미련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식당 쪽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보니 불이 켜져 있지 않은가. 1~2분 남겨 놓은 오후 8시가 되어서야 나타난다. 야… 여기 문화는 이런 거구나. 한국 사람 관점에서는 이해가 안 갔지만 재미는 있었다.
식사는 맛있었고 즐거웠다. 8시가 넘으니 조용하던 골목이 환해지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찐 야행성 스페인! 다시 한번 생각해도 재미있는 문화다. 귀갓길에 까르푸 익스프레스에 들러 물과 주전부리를 산다. 두 도시를 섭렵한 긴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