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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파티마

2025.1. 20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13

by 여기 저기

파티마(Fatima)는 리스본에서 고속버스로 약 1시간 30분가량 북쪽에 있는 소도시이다. 아무것도 없는 이 시골 마을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가 된 것은 이곳이 세계 3대 성모 발현지이기 때문이다.


파티마로 이동

비 오는 오전에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백팩에 과일과 빵을 잔뜩 넣어 채비한 후 버스를 타고 파티마로 이동한다. 하늘색의 산뜻한 버스는 우리나라 고속버스보다 훨씬 길다.

파티마 이동 내내 내리는 비. 안개 속에 숨어있는 포르투칼

파티마 버스터미널은 이 도시만큼 소박하다. 이곳에 내리는 순간 여기저기서 보이는 성모상들이 여기가 성모발현지라는 것을 알려준다. 여전히 비는 오고 있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이나 우천 관계로 우버를 불러 타고 파티마 성당으로 이동한다.

(좌)파티마 터미널 하차장과 매표소
성모 발현지 안내지도와 다양한 성모상 기념품
파티마 버스터미널 외관 전경

1917년 성모 발현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대 이곳의 어린 목동 3명에게 성모가 나타나셨다고 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6번 발현하셨고 마지막 발현은 이 들판에 많은 군중들이 모여 함께 태양이 초자연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함께 목격하고 감격했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의 사건이라 생존자와 언론자료들이 남아있다. 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성당을 지었다. 파티마는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의 순례지이고, 성모의 메시지는 평화, 기도, 회개라는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파티마 성당

큰 광장을 중심으로 성당과 박물관 등이 둘러싸고 있다. 광장은 많은 순례자들이 모여도 될 만큼 무척 넓다. 축구장 몇 개는 될 듯하다.

대성당은 하얀 대리석으로 정갈하다. 비교적 현대에 건축한 탓인지 이곳에서는 유럽 성당이 주는 권위적인 느낌보다는 온화한 엄마품 같은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 세비야 대성당과는 지극히 반대되는 이미지다. 역시 디자인과 환경은 그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성당의 인상이 우리나라 가회동성당 같은 느낌이 있다. 아름답고 소박한 성당이다.

비오는 파티마성당 광장
성당 외관과 내부.전경
(좌)내부 측면 스테인드글라스 (우) 어린 목동 조가상

Museum of the Shrine of Fatima

비를 피해 모던한 건물에 들어갔는데 그곳이 뮤지엄이었다. 파란 수녀복을 입은 수녀님이 영어로 가이드를 하신다. 소개영상과 이곳과 관련된 각종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역대 교황들이 다녀간 흔적에 대한 자료들도 많이 있다. 투어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수녀께서 전하신 말씀이 마음을 울린다. "우리가 가진은 가장 큰 죄악은 감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The bigest sin is ingratitute)"

보슬비가 내릴듯 말듯한 한가한 파티마 마을길

비가 그쳤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뮤지엄을 나와 마을을 가로질러 천천히 걷다 보니 금방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이렇게 가까운데 아까 우버 택시는 왜 그리 돌아간 건가. 우버 추천 경로 대로 움직였으니 기사께서 속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파티마 버스 정류장 플랫홈
리스본 동쪽 터미널.

비와 함께한 하루였다. 버스이동 중 옷도 다 말랐다. 집에 가서 저녁식사로 뜨근한 라면을 끓여 먹을 생각에 행복해진다. 라면의 힘은 대단하다. 파티마 숏 트립 데이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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