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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난, 리스본 2

2025. 1. 21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14

by 여기 저기

여행 종료 D-1. 오늘 하루를 온전히 보내면 내일은 체크 아웃하고 귀국하는 날이다. 아침에 해가 반짝 나서 상쾌한 날씨를 예고한다. 감사한 일이다. 숙소에서 남은 음식은 간단히 요기가 된다. 리스본의 핫스폿 남쪽 바닷가로 내려간다. 광장에서 트램을 타고 정상 전망대를 보고 식사할 곳으로 이동하려 한다.


Martim Moniz Square

관광객들이 길게 트램을 타기 위해 줄 서 있다. 2~3대를 보낸 후 탑승했다. 트램은 마차 같이 온통 나무로 만들져 있다. 트램이 지나가면 인도에 사람이 피해 있어야 할 만큼 좁은 언덕길에서 트램은 요리조리 돌아가며 잘도 다닌다. 승객도 붐비니 소매치기 주의 경고 스티커가 붙어있다. 앞쪽 노약자석에 앉는 바람에 몇 정거장 못 가 현지 할머니들께 자리를 양보하고 만원 트램에서 서서 고생 좀 한다

(좌) 숙소 앞 거리 (중) 울퉁불퉁 리스본 인도 (우) 비둘기가 많은 광장에 성 모양 분수대
(좌) 트램 줄 (중) 트램 탑승 태그기계. 현급도 가능하다 (우) 트램 기사님 뒷모습
(좌) 소매치기주의 경고 스티커 (중, 우) 비좁은 트램길.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Miradouro das Portas do Sol

트램을 타고 가다가 언덕 정상에 내리면 눈앞에 바다와 리스본 도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늘에는 심상챦은 구름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있다. 모든 항구도시의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언덕길이다. 그 길을 올라가면 이런 언덕 정상이 있다. 오렌지색 지붕이 통일된 도시의 모습은 일관적이고 인상적이다. 시각 감각에 있어 통일감이 주는 힘은 지대하다. 리스본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쌓여가는 도시인 것 같다.

(좌, 중) 전망대 풍경 (우) 전망대 비좁은 도로와 트램
(좌) 우연히 만나는 길거리 아트. 타일로 제작한 것이 이채롭다 (우) 언덕길 투성이 리스본

시원한 전망을 감상한 우리는 언덕길 내리막길을 걸어 길거리 구경을 하면서 식당 방향으로 이동을 할 예정이다. 항구도시 리스본은 드넓은 평지였던 안달루시아 지방과 달리 경사가 심한 언덕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샌프란시스코 같은 느낌도 조금 든다. 우리나라 통영 같은 뉘앙스도 살짝 있다. 트램과 언덕, 그리고 바다가 주는 인상 때문에 그런가 보다.

(좌) 리스본 대성당 (중) 포르투갈의 아이콘 푸른타일, 아주레조 (우) 산타루치아 전망대

Chi Coração

언덕 골목을 내려오다 보면 수없이 예쁜 숍들을 만난다. 자연스러운 인테리어와 제품, 디스플레이 센스들이 소름 끼치게 멋지다. 부럽다. 이런 감성들이…

구글 평점 4.9의 상점. 구경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바닥의 돌들이 압도한다. 이런 숍은 처음이다

리스본의 길은 깍두기 같이 작은 잔돌들을 박아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평탄하지 않고 한여름 녹아내린 아스팔트처럼 표면이 구불구불하다. 흙길을 밟는 것 같은 자연감이 들어 좋긴 한데, 물이 고이거나 러기지 끌 때는 별로다. 대부분 흰색 돌들인데 어느 골목은 흑백을 섞어 공사하고 있었다.

공사 중인 인도. 깍두기 같은 돌들이 특색있다
화려한 패턴의 인도

참으로 바닥에 진심인 유럽인들은 인도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천편일률 보도블록을 깔아 놓은 우리와 꽤나 차이가 난다. 깍두기 같은 돌들로 온갖 패턴을 만들어 놓는다. 바닥만 보고 다녀도 여행이 즐겁다.

고풍스러우면서 원색의 트램이 북돋우는 리스본의 풍취
오르막이 대부분인 리스본의 길

평지로 내려오면 식당이 있겠지 했는데 오르막을 더 가야 한다. 사진을 찍으면 인도와 창문선이 평행한 경우가 없다. 해가 나니 더위지고 언덕길을 걸어 오르려니 체력이 필요하다. 리스본 여행은 언덕길을 마다하지 않을 근력이 필요하다. 저질 체력 G의 눈과 다리가 풀릴 즈음 저 앞에 목적지가 보인다.


OFICIO

미슐랭 추천 식당이다. 내일이 귀국이니 한번 들러줘야 하지 않겠는가. 친절하고 팬시한 식당이다. 서울 성수동 느낌이랄까. 젊은 분위기의 퓨전 포르투갈 음식점이다.

요리마다 한껏 멋을 부린다. 플레이팅도 신경 쓴 티가 난다. 양은 매우 적다. 맛은 적극적으로 다시 오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식성 좋은 남성들은 나가서 디저트로 맥도널드 한번 들러야 할 듯싶다.

식당의 외관과 내부 전경
눈을 먼저 사로잡는 음식들

식사를 마치고 아까 눈물을 흘리며 올랐던 언덕길을 멀쩡한 콘디숀으로 내려온다. 걷다 보면 만나는 건물에 붙어있는 이름 모를 작가들의 그림을 만난다. 또 길거리 연주자를 만난다. 몬드리안 그림 같은 건물의 벽면도 만난다. 유럽 여행의 즐거움은 이런 것이다. 유서 깊은 도시 리스본이 주는 선물이다.

(좌) 우연히 만나는 길거리 타일 아트 (중) 몬드리안 이미지 캡쳐 (우) 가창력 인정한 거리의 악사

Costro

식사를 했으니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 우리는 절대 한 군데에서 디저트까지 먹지 않는다. 왜냐?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으니까.

리스본을 대표하는 먹거리, 에그타르트! 사실 나는 에그타르트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디저트로 먹기에는 무겁고, 배 고플 때 먹기에는 무언가 느끼한 느낌 때문이다. 이곳은 B의 정보력에 의하면, 어느 식탐 청년 대한항공 승무원 녀석이 맛있다고 매번 온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체크해 보러 왔다.

이곳은 카페라기보다 에그타르트 공장이다 싶다. 연신 구워내는 타르트 양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줄을 서서 사고는 선채로 금방 먹고 가는 분위기다. 턴이 엄청 빠르다. 포장 손님도 많다.

에그타르트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도 에그타르트 하나를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겉 파이는 바삭하고 안 계란크림은 고소하다. 전혀 느끼한 감이 없다. 인생 에그타르트 임에 틀림없다.

(좌) 카페 입구 (우) 실내 매대
(좌)시나몬 가루를 뿌려 먹는다. 느끼함 잡기용 (우) 폼나는 반죽맨들

포르투갈의 특산품들을 모아 놓은 숍도 있다. 서적과 문구류에서부터 생활용품 등 다양하게 포르투갈에 관련된 물품들을 팔고 있다. 자신들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문화 상품이 되는 현실이 부럽다.

길을 걷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볼거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소진되는 체력은 어쩔 수 없다. 휴식이 필요하다.


COPENHAGEN COFFEE LAB

이 카페는 스타벅스만큼은 아니지만, 브랜치들을 가지고 있는 카페라 기본 맛은 할 것이고 유니버설 한 풍미가 있을 터라 실패 확률이 적다고 생각해서 휴식 포인트가 된다. 미국의 블루보틀 카페를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인테리어와 분위기다. 젊은이들이 노트북을 보며 무언 가 하고 있다.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카페 풍경이다. 간단한 음료와 빵으로 휴식한다.

(좌) 언덕이 심하다보니 육교가 생긴다 (중,우) 카페 외부와 내부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거리도 재미의 연속이다. 기가 막힌 윈도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포르투갈이 이렇게 아티스틱한 도시라고 생각 못했다. 마치 맨해튼과 같은 예술적 에너지가 느껴진다. 곳곳이 시각적 영감을 주는 곳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 도시가 좋아진다.

(좌)포르투갈 디자이너 숍. 엄청 비싸다 (중) 길거리 타일아트 (우) 입체 쇼윈도 디스플레이
(좌)Rossio Square (우) 해물국밥 거리. 춘천의 닭갈비 골목을 연상케한다

Uma Marisqueira

포르투갈 전통 음식 중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국물이 진근한 해물국 안에 싱싱한 해물과 밥이 어우러져 있다. 그러니 뜨근한 국물과 밥을 먹고 나면 속이 확 풀린다. 김치가 한 조각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너무 취향저격이다. 먹다 보면 밥이 불어 양이 점점 늘어나 죽이 되어간다. 3인분을 도저히 다 먹을 재간이 없다. 웨이터가 본인 이름 언급과 함께 구글 평점을 잘 써달라며 식후주를 제공해 준다. 음식의 특성상 들어오는 손님 일행은 거의 모두 한국팀이다. 이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우리 취향이니까.

(좌) 줄이 서있는 식당가 골목 (우) 식당 신관 내부
(좌) 해산물 샐러드 (중) 메인요리 해물국밥 (우) 식후주

Amorino

디저트로 가볍게 크레페가 생각난다. 말라가에서 먹었던 크레페가 워낙 기억에 남아 한번 더 크레페를 찾아본다. 선택지는 뉴욕과 유럽에 있는 체인 젤라토 카페다. 보통 크레페는 젤라토 집에서 함께 판매한다. 맛은 말라가 크레페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그냥 크레페라는 아이템을 먹는다는 것에 만족한다.

(좌) 카페가는 길에 들른 기념품 산점. 포스터들이 인상적이다 (우) 카페 입구

마지막 온종일 관광객 임무를 마친다. 리스본은 약 54만 정도의 인구를 가진 포르투갈의 수도다. 수도 치고는 인구수가 아주 아담하다. 도시의 크기도 우리나라 수도 서울과는 비교가 안된다. 한 개 구 정도의 규모 밖에 안된다. 그러나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잠재력과 에너지는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한다. 매력이 있는 도시다. 하루를 보내고 나니, 더 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아쉽게 이번 여행의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귀가해서 짐을 싸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 귀국할 때가 된 것이 실감 난다. 마지막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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