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5 ~ 9 K 한 바퀴 기념 여행기 2/4
상하이 맥모닝
난징동루 거리가 눈 아래 보이는 호텔방에서 눈을 뜬다. 호텔 컨디션이 좋아 푹 잘 잤다. 조식은 현지 맥모닝 경험하기다. A부부가 테이크아웃해 온 맥모닝을 호텔방에 둘러앉아 먹는다. 맥도널드는 현지화 전략으로 각 나라의 특이 조식메뉴가 있다. 중국에는 쌀닭죽과 빵, 그리고 랩이 있는데 여기서만 먹을 수 있으니 먹어봐야 한다. 미조우(쌀죽)에는 닭고기가 들어 있는 닭죽인데, K는 그냥 흰 죽을 담백해서 더 좋아한다. 랩은 각종 야채와 허시브라운 등을 밀전병에 싸서 주는데 예상한 재료들의 조합맛이다. 문화체험 끝.
상해임시정부기념관
상해왔으니 먼저 임시정부를 찾아 순국선열께 인사드리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 아니겠는가. 젊은이 A는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자발 방문한다니 슬슬 어른이 되어가나 싶다. 상하이 골목길 좁은 집에 모여 정부를 꾸리고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의 이야기와 흔적을 접한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초인적인 의지가 나왔는지 범인인 K는 상상이 안 간다. 감사합니다.
예원(Yu Garden)
숭고한 시간을 보내고 상하이의 또 다른 유명관광지 예원을 둘러보고 점심식사 하러 갈 예정이다. 이 정원은 명나라 어느 고관이 어머니께 드린다고 만든 곳인데, 너무 공을 들여 짓느라 공사기간이 20년 이상 소요되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안 계셨다는 '허무개그' 같은 설이 있는 곳이다. 곳곳에 기암괴석과 정원이 아름답다. 비가 오니 오는 대로 운치가 있다. 상하이에서 서양 외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듯하다. 이 친구들에게 이런 공간은 신비 그 자체일 거다.
예원 앞에는 중국 길거리 주전부리들을 판매한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오니 꽤나 깨끗하게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찐빵 크기의 만두에 빨대를 꽂아 육즙을 빨아먹는 빨대만두(관탕바오(灌汤包))가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점심 전이지만, 맛보기로 트라이! 비가 오고 붐비는 거리 탓에 정신없어 맛을 음미할 수는 없었지만 나쁘지 않은 간식이다.
Mr & Mrs Bund
'프랑스 빠' A가 야심 차게 선정한 와이탄 강가뷰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어젯밤에 본 금빛 건물 중 하나에 있다. 2층으로 가니 창밖으로 동방명주가 보이는 뷰 좋은 식당이다. 천정 높고 널찍하니 여유 있어 좋다. 벽 마감은 페인트 칠로 저렴한데 공간이 넓고 창이 크니 그것도 흠이 되지 않는다.
디너코스는 너무나 비싸기에 가성비 추구파인 우리는 런치 코스로 우아를 떨 참이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까지 있는 메뉴 전체를 골고루 시켜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우리의 식사 타입이다. 각자 양이 많지도 않고 요것 저것 미식 경험을 중시한다. 먹는 행위라기보다는 생활 경험이라고나 할까.
프랑스 요리의 백미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가 아닐까 싶다. 메인인 고기와 생선은 여느 식당들에서도 즐길 수 있는 대체제가 있지만, 각 셰프의 창의성을 자랑하는 애티타이저와 디저트는 식당마다 개성이 있다. 이곳도 역시 코스 중 시작과 끝이 인상적이다. 특히 디저트 중 술빵처럼, 혹은 계란프라이처럼 생긴 커다란 메뉴는 무척 기억에 남는 식감 경험을 준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거품처럼 사라지는 이 맛은 마치 허공에 발길질하는 느낌이 든다랄까. 긴 시간 대화와 분위기 향유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다. 저 창밖 풍경이 멋진 야경으로 바뀌는 저녁은 식사비용이 점프할 테니 우리는 런치로 만족한다.
Rock Bund
와이딴 강가 옆 골목을 돌아들면 영국조계지가 있다. 이곳을 록분드라고 부른다. 그 규모는 한두 블록 정도 아주 작다. 거리의 분위기는 유럽풍 건물에 모던한 장치들이 더해져 뉴욕 느낌이 난다. 그래서인지 갤러리 같은 공간들이 많이 보인다. 뉴욕풍 공간을 보면 K는 흥분한다. 시간이 더 넉넉하다면 머물고 싶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존재만 확인하고 떠난다.
1000 Tree
A의 특별 상하이 위시리스트인 1000 Tree라는 건축물을 감상하러 간다. A는 요즘 젊은이들 답게 새로운 문화공간에 대한 정보와 관심이 많다. 건축에 정원이라는 개념을 더한 영국의 유명한 건축가 토마스 헤드윅의 작업이 이곳 상하이에 있다. 크게 두 섹션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쇼핑몰이고 다른 하나는 주거시설이다.
하늘로 뻗은 기둥들은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데 그 위에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하늘 정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 그의 건축스타일은 회색 노출콘크리트와 푸른 자연이라는 이질적인 개념을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한다. 녹색의 자연이 회색의 공간에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두 요소가 하나로 결합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이 공간은 의미가 없어진다.
쇼핑몰 입구에 놓인 조형작품은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방독면을 쓴 지친 생명체와 공중에 녹색 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새 모양을 한 지친 생명체는 더 나빠만지는 우리의 환경과 현실을 상징하고, 하늘에 나무는 작가와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날아야 할 새는 땅 위에 철퍼덕 않아 있고 나무가 날고 있다. 비 오는 회색 날씨와 어우러진 이 풍경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쇼핑몰 안은 아직 빈 상점도 많고 썰렁하다. 공간의 건축적 가치에 비해 상업적 가치는 아직 미치지 못하나 보다. 옆에 있는 주거단지 광고도 유리에 붙어있는 것을 보니 아직 분양이 다 안된 것 아닐까?
Starbucks Roastery
이번에는 H의 위시리스트 스타벅스 로스터리다. 현재 커피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A가 들려주는 신빙성 100% 정보는 이렇다. 전 세계에 로스터리가 5개(뉴욕, 시애틀, 동경 등) 있단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여기 상하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규모 하면 중국 아니겠는가.
택시를 내려 본 로스터리는 정말 제대로 '한 규모'한다 싶다. 입구로 들어서면 입이 쩍 벌어지기 시작한다. 우와! 카페가 아니라 무슨 경기장 들어온 것 같다. 1층에 기념품샵, 로스터리 공장, 카페 2층에 차 가게, 위스키바, 카페가 있고 모든 공간은 사람들로 꽉 차있다. 대박! 엄청난 규모다.
사실 H가 이곳에 온 이유가 그가 뉴욕 로스터리에서 맛보고 반해버린 위스키 커피원두를 구입하러 왔다. 그러나 허망하게도 이곳 상하이에서는 그 원두를 팔지 않는단다. 원두도 4가지만 판단다. 역시 중국은 커피보다는 차의 나라다. 그래서인지 다른 음식에 비해 커피값은 상대적으로 유난히 비싸다. '커피파'인 우리들에게는 별로다.
장원
오전에 다녀온 유원이 유 씨 정원이었다면, 이곳은 장 씨 정원이다. 난징역 옆에 요즘 핫하게 뜨는 동네다. 차 없는 거리로 막아 놓은 골목 거리엔 젊은이들이 바글거린다. 이곳에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이 있다. 상하이 블루보틀 분위기도 보고 쉬면서 커피 한잔하려고 한다. 역시 상하이 블루보틀도 브랜드 철학답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아주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가지고 있다. 온갖 현대적 장식과 치장을 거부한 공간은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 온 분위기다.
난징동루
상하이의 번화가 대표거리에 오면 쇼핑거리들로 넘쳐난다. 그중 눈길을 사로잡은 폴로 심벌마크! 곳곳에 버젓이 공식 짝퉁 폴로브랜드들이 정식숍인 양 즐비하게 있다. 모르고 처음에 보면, 아니 폴로가 저 가격일 수가 있나? 하는 의심이 든다. 너무도 당당하게 샵을 꾸며 놓은 것을 보면 도저히 짝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의심과 부딪힌다. 이 정도면 복제품이 아니라 폴로를 존경해 만든 오마주 상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리도 당당하다니. 이 민족은 '카피'라는 개념이 특별한 것 같다. 네 생각이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이 네 생각이고... 아... 중국... 정말 대단하다.
난징동루 광장에서 바로 보이는 숙소 호텔이다. 위치와 가격이 아주 만족스러운 4성급 숙소다. 추천한다.
헌지우이치엔 양로우촨 (很久以前羊肉串)
저녁식사 메뉴는 H가 벼르고 벼르는 양꼬치 집이다. 상하이에 체인이 여러 개 있고, 그중 난징동루점은 한국인들의 양꼬치 성지로 알려져 있단다. 그러다 보니 웨이팅이 상상을 초월하는데, 보통 몇 시간은 기본이라 한다. 약 두어 시간 떨어진 우첸이라는 수상 도시에서 웨이팅을 걸고 상하이 도심에 도착하면 아직도 못 들어간다는 전설이 있다. H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아까 블루보틀에서 웨이팅을 걸어놨다는데 표정이 안 좋다. 대기 번호가 100번이 혹은 더 높은 듯하다. 호텔에서 좀 쉬다가 나가 볼 요량이었지만, 지금 대기 상태로는 오늘 중 먹기 힘들 것 같다. 중국은 대기번호 스케일도 장난이 아니다.
H가 양꼬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 때문에 여기 왔는데. 못 먹을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불안감 속에서 초인적인 검색 능력을 발휘하여 택시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어느 주택가에 있는 지점을 찾았다. 약 9시가 되어 도착한 곳은 아파트 단지 속 쇼핑몰 1층에 있는 동네 식당 같은 분위기였고, 여전히 대기팀은 서너 개 있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얼마 기다리지 않아 입장했고, 기다리던 양꼬치 저녁식사를 시작한다. 아주 늦게.
재미있는 것은 이마에 쿨파스를 붙이고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양꼬치 굽은 숯불 열기가 뜨거우니 식히라는 얘긴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어 분위기를 업 시킨다. 이마가 시원하니 기능적인 만족감도 좋다. 꼬치는 잡내 없이 맛있고 담백하다. 고기를 굽는 자동불판은 한국에 있는 것과 같다. 약간 차이를 느낀 것은 여기 직원들이 양고기가 덜 익힌 상태에서 먹으라고 추천한다. 고기를 불에서 빼는 타이밍이 우리나라보다 좀 빠른 듯하다. 우린 좀 더 익혀 먹는데...
양꼬치 이외에도 감자, 새우 등 이것저것 추가 주문해서 구워 먹을 수 있다. 식후엔 냉면 같은 찬국수가 있는데 우리나라 냉국수와 거의 비슷한 맛이다. 이러니 한국인들 취향저격이지.
식사를 마치고 나면 막대 얼음과자와 과일도 후식으로 제공한다. 맛은 우리나라 우유 맛난 아이스바와 매우 흡사하다. 뜨거운 화로 앞에서 식사하고 시원하게 입가심하는 궁합이 좋다. 여러 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 기호에 맞는 식당이다. 추천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훌쩍 늦은 시간. 이렇게 늦은 저녁식사도 오랜만이다. 온종일 상하이 시내를 두루 섭렵한 날이니 피곤이 밀려온다. 택시로 귀가해서 내일 오전 체크아웃 준비를 하고 자야 한다. 내일은 여행의 무대를 상하이에서 다른 도시로 옮기는 날이다. 보람찬 상하이의 긴 하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