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5 ~ 9 K 한 바퀴 기념 여행기 3/4
여행 마지막 날에는 장소를 근처 수상 도시 우전으로 옮긴다. 그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복귀를 위해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호텔 앞에 승합차가 9시 30분까지 올 것이다. A부부 덕분에 호강한다.
젠빙, 길거리 조식 문화체험
조식은 자체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상하이 거리음식 젠빙(전병)을 먹어 본다.이다. 중국의 일반적인 아침 메뉴 중 하나이니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있다. 용 문신을 멋지게 하신 주인장의 재빠른 손놀림에 젠빙이 금방금방 만들어진다. 얇게 펴서 구운 전병 위에 오이와 야채 등 각종 토핑을 넣고 싸 먹는데, 맛없기도 힘든 레시피다. 맛의 관건은 아주 얇게 펴서 구운 전병이다. 전병이 얇아 탄수화물의 텁텁함을 덜어주고 신선한 고명 맛이 메인이 되니 사각하고 상큼하다. 부피는 크지만 거북하지 않고 맛있다.
중국 자동차의 약진
호텔 체크 아웃 후 B가 그리고 제작해서 선물해 준 패밀리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로비에서 기념사진을 한컷 찍는다. B의 관찰력과 손재주는 탁월하다. 시간이 되니 승합차가 도착한다. 이 차로 약 1시간 50분 정도 다음 도시 우전으로 이동한다.
이번 여행에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중국차들의 약진이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을 건너뛰고 바로 전기차로 뛰어들었다. 그래서 모든 중국산 차량은 EV다. 차량의 다자인이나 만듦새 모두 훌륭하다. 이 정도 품질이면 중국인들이 굳이 다른 나라 전기차를 탈 이유가 있겠는가. 이 품질과 가성비를 생각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다. 이동 내내 편안하고 안락하다.
서책 호텔 체크인
어제부터 내린 비는 계속 추적 거린다. 하늘은 온동 잿빛이고 습도는 높다. 수향마을 우전(Wuzhen)은 1,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중국의 전통적인 수상 마을로, 동양의 베니스라고도 불린다. 우전은 크게 동책(동쪽 마을)과 서책(서쪽 마을)으로 나뉘는데, 동책은 비교적 조용하고 동네 주민들이 거주하는 '찐 로컬'이며, 서책은 규모가 크고 관광지로 개발되어 상점, 공방, 전시관 등이 많다. 특히 서책의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하며, 우리의 숙소 호텔은 서책에 있다. 비가 오니 축축한 실내에 손님들이 바글거린다. 의외로 대부분 손님들은 중국 내국인들이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체크인을 하고 가방을 맡겨 놓은 후 동책으로 구경을 떠난다.
동책
동책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멀지는 않은데 걷기에는 기후나 체력 상 어려움이 있으니 버스를 기다려 본다. 시골 버스정류장 같은 공간에서 기다리다 눈치 보고 버스를 타야 한다. 오래된 나무로 만든 정류장 의자가 정겹다. 자연소재가 주는 따듯함이란... 십 여 분 기다리니 Free Shuttle Bus 팻말을 부친 반가운 버스가 온다. 소도 잡아먹는 기쁜 마음으로 동책으로 이동한다.
동책에 내려서 입장하면 베네치아의 곤돌라 같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물론 이 녀석들은 유료다. 배를 타고 지도상 식당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장 안쪽으로 이동 후 점심식사를 하고 걸어서 나오는 합리적인 동선 계획을 세우고 배를 탄다. 배는 후덕한 뱃사공 아저씨의 능숙한 노질로 수로길을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뱃사공의 옆트임 유니폼이 시원해 보인다. 은근한 노출 패션이다.
지도상에 보이는 식당이 있는 동책 끝으로 배를 타고 들어 왔으나, 이곳은 우리가 상상하는 식당들이 있는 곳이 아니다. 식당으로 보이는 곳이 두어 군데 있기는 하나 너무 현지식이라 우리 한테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나마 뷰가 좋아 창이 트인 곳에 들어가 국물 있는 현지 음식을 주문해서 요기를 하려고 한다. 중국 특유의 향과 아직 도시화되지 않은 이곳 동책의 분위기는 중국여행 사흘차 서울 촌사람들에게는 무리인가 보다. 슬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식사 후 뒷골목을 걸으며 메스껍고... 속이 안 좋으며... 등등 각종 증세로 콘디숀 난조를 호소한다. 이제는 휴식을 해야만 한다. 저질 체력들의 향연이다. 서둘러 서책 호텔로 이동한다.
서책 마을 호텔
호텔로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한다. 호텔이 넓어 셔틀차량이 다닌다. 창 밖으로 보이는 기와지붕이 중국향을 더한다. 깔끔하고 좋은 호텔이다. 속이 안 좋아진 G는 그대로 뻗어버린다. 아무래도 G는 오늘 저녁을 거르는 것이 낫겠다 싶다. 본인도 흔쾌히 금식 포고령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저녁식사는 G를 빼고 셋만!
Dai Cha Fun 디너
서책의 지도를 보고 선정한 저녁식사를 위한 식당이다. 역시 서책은 유명관광지라 그런지 예측한 중국음식의 맛이다. 모두 입맛을 거스르지 않고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맛있다. 손님들로 북적이며 관광지 같은 느낌을 준다. 창이 탁 트인 테이블에 앉아 칭다오와 함께 먹는 중국음식은 꽤나 괜찮다. 점심에 비해 아주 훌륭한 식사였다.
쓰러져있는 G의 상태를 살피고 함께 움직여 볼 요량으로 숙소로 걸어서 복귀한다. G와 함께 저녁시간 산책과 디저트를 할 곳도 찾으면서 말이다. 어둠이 깔리며 불빛이 하나하나 들어온다. 아름다운 수변도시의 정취가 한결 더 깊어진다. 사진 찍기 좋은 시간이다. 여기저기에 나방처럼 하얀 전통옷을 입은 처자들이 인생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옷을 빌리고 풀메이크업까지 적지 않은 돈을 주고 한다고 한다.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필사적 모습이 처절하게 열심이다. SNS가 참 '열일'한다 싶다.
금식과 휴식을 취한 G는 좀 살아난다. 따뜻한 차 한잔과 아름다운 서책 야경을 즐기러 저녁 산책을 한다. 밤이 깊어가는 이곳 서책은 이제 숙박할 관광객들만 남아 아름다운 수향마을의 고즈넉한 밤 시간을 독점한다. 다시 한번 느끼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중국 내국인들이다. 왜 K는 막연하게 서양 관광객이 많을 거라 생각했을까? 변화하는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식한 이의 고정관념이다. 이렇게 사흘째 밤이 가고 내일은 귀국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