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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다, 상하이 4

2025. 6. 5 ~ 9 K 한 바퀴 기념 여행기 4/4

by 여기 저기

떠나는 날까지도 여행 내내 비가 내린다. 실비를 맞으며 근처 주차장에 와있는 승합차를 찾아간다. 이 근사한 차는 우리를 우전에서 바로 공항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공항 가서 간단히 점심 먹고 출발하면 오후 5시 정도 인천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승합차의 내비게이션은 테슬라의 그것처럼 중앙에 크게 배치되어 있는데,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수준도 놀랍다. 차만 타면 놀란다. 앱으로 차량을 부르고 계산하고 하니 말이 안 통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참 편해진 세상...

우전에서 중국음식과 특유의 향에 지친 일행은 공항에 오자마자 글로벌 스탠더드 음식을 찾는다. 샌드위치와 햄버거, 그리고 프렌치프라이. 중국은 커피 값이 비싸다 싶다. 공항이기는 하지만 커피 한잔에 7000원 정도 한다. 다른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다지 맛도 없으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몇 없는 면세점에서 사탕 등 사무실에서 나눠어 먹을 간식거리를 마련하고 탑승 요청에 맞춰 탑승한다.


여기까지는 완벽했다. 이제 비행시간 1시간 30분 남짓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나 싶었다. 제주도에서 탑승한 것 같은 가벼운 기분이랄까. 그래서 이코노믹의 좁은 좌석 공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모두 착석하고 이륙 준비를 한 상태인데... 비행기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여분 지나니 기장의 바쁜 활주로 상황을 이야기하며 10여분 더 기다리란다. 그러려니 했다. 이륙대기 상태로 30분 이상이 지나도 비행기는 그대로다. 또 방송이 나온다. 똑같은 이야기. 한 시간이 넘어간다. 지금부터는 K의 비행기의 이착륙 대기 시간 인생기록이 갱신된다. 한 시간 반이 넘어간다. 자다가 일어나도 요지부동이다. 두 시간 조금 넘게 기다린 후에야 비행기가 이륙한다. K는 말이 안 된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푸동공항은 아시아의 허브공항 중 하나이니 바쁠 건 당연하다. 그 상황을 이해한다 치더라도 비행시간을 훨씬 넘기는 시간을 탑승 후 대기하다니...


K는 인천에 착륙 후 내리면서 승무원들에게 가볍게 소용없는 귀여운 어필을 해본다. "관제탑에서 조율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들도 추가근무를 하게 된 샘이니 힘들었을 것이다. 가볍게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귀국길이 피곤에 피곤으로 더해졌다. 좋은 여행의 기억이 푸동공항 때문에 살짝 변질되기 직전이지만, 까짓것 이해해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내일부터 출근해야 할 A부부가 걱정이다.


오랜만에 다녀온 상하이는 역시 멋진 도시다. 중국 안에 독특한 색깔을 가진 매력적인 곳이다. 비행대기 시간만 아니면 자주 다니고 싶다. 고맙다. 얘들아. 수고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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