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8
남해섬 우측(동쪽) 날개 아래(남쪽)가 미조면이고 면의 가장아래에 있는 항구가 미조항이다. 미조항에는 먹거리특구가 있어 식당들이 많다. 미조항은 남해에서 꽤나 큰 항구다.
미조면에는 이 항과 함께 모래가 곱기로 소문난 상주해수욕장이 있다. 이 해수욕장은 K가 어린 시절부터 많이 들어봤던 남해안에 있는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실제로는 이번이 처음 방문인데, 해변의 넓이나 길이 등 규모와 보임새가 가히 명성이 있을만하다.
최근에는 은모래라는 명칭을 넣어 이곳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브랜딩을 시도한 것 같다. 뜨거운 햇볕의 강도가 조금 누그러지는 오후 4시쯤 바다로 들어간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해변의 촉감이 너무 부드럽다. 아직 개장 전이라 모래가 덜 오염된 탓일까. 비단 카펫을 밟는 듯 매끈하다. 바닷속 바닥도 모래 밖에 없이 부드럽다. 수심도 얕아 물놀이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파도가 하나도 없으니 마치 인공 풀장에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해변이 있었구나. 휴가시즌에는 난리가 나겠지.
물놀이는 허기를 불러온다. 대부분 식당들이 정도면 닫고, 마땅히 먹고 싶은 거리가 없어 고민하고 일단 미조항으로 이동 중 G가 검색을 통해 식당 하나를 발견한다.
'모듬장 정식'이라는 특이한 메뉴가 있다는데 뭘까 싶다. 빙글빙글 돌아 식당에 도착한다. 정보가 없다면 무조건 그냥 지나쳐 버릴 길가 오래된 펜션 건물이다. 요즘 팬시한 유명식당에 익숙한 이들은 전혀 눈길을 주지 않을 곳이다.
식당에 입장하니 삼삼오오 손님들로 꽉 차 있다. 생경하지만 특이한 메뉴 모듬장 정식을 주문한다. 이 메뉴는 전복, 문어 등 해산물을 간장에 절인 음식들이 메인으로 나온다. 생선구이도 구운 후 간장을 자작하게 부어준다. 된장찌개도 함께 온다.
서빙하시는 주인분의 음식 설명에는 자부심과 자랑이 꽉 차 있다. 재료는 전체 손수 기르신단다. 국산 재료만 쓰신단다. 인공 감미료를 절대 쓰지 않으신단다. 매 테이블마다 음식을 놓으시며 말씀하시는 열정이 대단하다.
간장 베이스로 만든 모듬장 음식들이 전혀 짜지 않고 달짝지근하다. 마치 일본요리 같은 느낌을 준다. 음식들은 주인분의 자랑대로 맛나다. 그릇들도 모두 두터운 자기로 식탁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쓴 노력이 보인다. 급하게 찾았지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다. 재방문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