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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피서 남해행 2, 삼동면

2025. 7. 7 - 10

by 여기 저기

뮌헨하우스와 독일인 마을

지난해 여행 숙소가 남해의 서쪽 남면 쪽이었으니, 이번에는 동쪽에 숙소를 잡았다가 서쪽으로 이동하려 한다. 남해의 독일인마을은 그 유명세가 전국구가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숙소는 마을 높은 곳 비탈에 있다. 독일에 오래 계시던 친절한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이다. 집이 연식이 있다 보니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손님들을 위해 잘 관리하고 계신다. 이틀 묵을 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에 나가 산책하고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물건항과 물건 방조제

독일인 마을에서 바다로 내려가면 작은 어항이 나오고 몽돌 해변이 있다. 이동 중 추억 돋는 국민학교 급식옥수수빵 가게를 만나 하나 구입한다. K는 초등학교를 못 나왔다. 대신 국민학교를 다녔다. 조용한 항구는 마을의 동쪽 사면이라 해가 기우는 오후가 되니 물건항과 조약돌 해변에는 그늘이 진다. 7월의 햇볕이 이리도 따갑고 힘들 줄이야.


향촌

이곳을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블루리본이 추천하는 식당을 찾아왔으나 오늘은 휴무일이다. 옥숙수 급식빵 사장님이 긴급 추천해 주신 로컬 맛집이라는 곳이 옆에 있어 찾은 곳이 여기다.


새로 지은 깨끗한 시설에 널찍한 주차장이 편리하고 쾌적하다. 멸치조림부터 순두부찌개까지 다양한 메뉴구성이다. 세트 A(멸치조림쌈+옥돔구이)를 주문한다. K는 이 고장 출신이라 멸치쌈을 좋아한다. K의 어머니는 세상 최고 입 짧은 분이신데, 유독 멸치쌈 하면 눈이 반짝이며 흥분하신다. 어린 시절 입맛은 평생 가나보다.


G는 전형적인 '서울 촌놈'이다. 멸치쌈밥이라는 메뉴에 본능적 거부감이 있다. 국물 내는 멸치를 쌈으로 먹는다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 주문을 하면서도 반신반의한다. 그런데 작은 냄비에 자글자글 끓는 멸치조림의 맛을 보고는 한 번에 의구심을 버려버리다. 양념 잘 밴 '매루치(경상도식 발음)'를 쌈에 놓고 밥과 더해 먹는 맛은 일품이다. K는 이제 G와 멸치쌈밥을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신난다.


소박한 아침

펜션의 장점은 주방이 있다는 것. 집 냉장고를 털어 가지고 와서 잘 챙겨 먹는다. 조식 후 해가 중천에 오르기 전에 동네 산책을 잠시하고 근처 이태리 식당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갈 참이다. 이곳 삼동면에는 젊은이들이나 도시인들이 좋아할 곳들이 참 많다.


이태리회관

포털에 나와 있는 휴대폰 번호로 예약문의 문자메시지를 넣었더니 바로 예약 확인 답장을 받는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필로티 구조 2층 단아한 흰색 건물이 있고 2층이 식당이다. 벽의 한 면은 실개천과 시골뷰를 만끽할 수 있는 통유리 구조다.


점심 메뉴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고기 커틀릿과 파스타를 제공한다. 고민 없이 받아먹는 시스템도 아주 좋다. 음식의 맛과 분위기,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한 곳이다.


고기와 감자튀김을 먹으니 맥주 생각이 난다. 대낮이고 운전도 해야 하니 무알콜맥주를 주문해 본다. K는 무알콜 맥주가 처음이다. 굳이 뭐 찾아 먹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 접하는 이 친구는 그냥 맥주 같다. 기분과 호프 맛이 있어서 그런지 맥주 마시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 왠지 얼굴도 달아오른 것 같고… 플라세보 효과인가.


식사를 마치면 한낮 불볕을 조금 피하고, 남해 동쪽 윙 맨 아래 있는 미조면으로 갈 예정이다. 그곳에는 남해 최고의 해수욕장 상주해수욕장과 미조항이 있다. 바다에 몸을 담가보자.


도우

저녁식사가 푸짐한 한식이다 보니 다음 끼니인 점심은 밥이 아닌 메뉴가 된다. 삼동을 떠나는 날이니 이곳의 유명 식당을 들렀다가야 하지 않겠는가. 독일마을에서 바닷가 반대쪽으로 내려오면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 시골이 나오는데 이쪽에 인스타 등 온라인에 알려진 곳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태리 식당 도우다. 이름 참 맘에 든다. 도우, 빵. 네이버 리뷰에 음식이 맛있어요 평가가 거의 3,000개에 달한다. 와우 이 정도는 조작질이 힘들 것 같다.


여기에도 런치세트가 있는데 가성비가 탁월하다. 매콤한 토마토소스와 해물이 어우러진 파스타가 일품이다. 최근 먹은 파스타 중 최고다. 면 삶기 정도도 K의 취향이다. 피자 도우에 남은 파스타 소스를 싹싹 찍어 먹는다. 이 집은 파스타다. 리소토도 기대되는데, 두 사람이 먹기엔 벅찬 양이라 포기한다. 이럴 때 가장 생각나는 건 먹거리 여행 메이트 B다. 열심히 돈 벌고 있을 B에게 박수를.


어쩌다남해

오후에 남해의 서쪽 윙 숙소로 옮긴다. 체크인 시간이 오후 4시라 11시에 체크아웃하고 나니 졸지에 5시간 임시 홈리스 피플이다. 도우에서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또 하나의 유명 스폿 카페 '어쩌다남해'로 커피를 마시러 간다.


도시인들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카페가 있을 곳이 아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곧 도착 정보가 거짓말인 것 같다. 그런데 너무도 평범한 시골집이 카페로 변신해 있다. 마치 오지 말라고 숨어 있는 듯한 인상이다. 나무 간판만 들고 들어오면, 그냥 촌가 그 자체다.

보통 시골집 리노베이션 카페들은 낡은 것 모습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내는 현대적으로 대비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런데 여기는 문을 여니 심지어 더 옛날이다. 삐그덕 거리는 툇마루와 나무 기둥 낮은 천정 등 진짜 시골집 모습 그대로다.

카페라기보다는 소품샵처럼 보인다. 테이블은 소품 디스플레이 사이에 달랑 하나 있다. 유자 푸딩과 커피 모두 맛있다. 한 시간 넘게 있는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조용하다.

소품 애호가 G는 갑자기 소품들에 집중한다. 세상은 넓고 살 것은 많다. 무지하게 샀다. 오늘 최고 빅 게스트 되실 듯. 중년 커플 손님이 들어오는데, 일본말을 한다. 까맣게 그을린 군살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분들 차가 없는 것 같다. 걸어서 여행 중이라는 건가. 이 날씨에? 찐 여행러 분들인가 보다.


K는 먹어서 불룩해진 배를 보며 1초 반성을 한다. 그리고 차를 타고 에어컨을 최대로 켜고 다음 숙소가 있는 남면으로 출발한다.


카페 샘송

남면에서 하룻밤을 자고 점심을 읍내에서 먹고 나니, 디저트를 멀지 않은 이곳 삼동면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바닷가에 있는 베이커리카페. 가건물 같은 곳이라 적잖이 실망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니 반전이다. 소박하지만 깔끔한 복도와 홀이 손님들로 꽉 차있다. 구워 낸 빵이 연신 나오고 있고, 도심의 카페보다 바쁜 것 같다.


남해의 시그니처 유자를 콘셉트로 한 유자페스트리가 있어 주문한다. 소보로와 빵과 페스트리의 식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디저트다. 커피도 맛있고, 손님들로 꽉 차 있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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