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본색단상 18화

절대적 자유에 대한 갈망

한민족의 백색단상

by 칠렐레팔렐레

색깔이 없다는 것은 성격이 없다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지만, 모든 색깔의 빛을 모두 합쳤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 백색(White)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통합한 컬러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어 표현에 무혈전쟁을 의미하는 'white war'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백색은 평화와 통합을 의미하는 컬러로 쓰인다. 2002년쯤인가 호주시드니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을 한 적이 있다. 흰 바탕에 파란색의 한반도가 그려진 미래와 평화를 의미한 '한반도기'의 예와 같이 말이다.


한 물리학자가 빛의 파장별 생물학적 변화를 실험하기 위해서 각각의 색지에 토마토를 싸서 일주일 후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파랑이나 노랑, 보라 등의 색지에 싼 토마토는 익는 듯 마는 듯하였으며, 빨강 색지에 싼 토마토는 조금 더 익기는 했지만 그렇게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검은 색지에 싼 토마토는 썩어 물러져 버렸으며, 흰 색지에 싼 토마토는 알맞게 잘 익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파장대의 빛을 다 포함하고 있는 백광이 생물학적으로 유용하다는 것이다. 인체에 가장 좋은 속옷은 흰색일 수 있다는 결과이니 참고해 볼만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어느 쪽의 성격이 다소 더하나 덜 하냐에 따라 부정과 긍정의 이미지가 좌우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검정에 비하여 흰색은 긍정의 이미지가 더 많다. 창백하고 싸늘하며, 외로움과 고독이 연상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공간, 빛, 청순, 결백, 신성, 청결한 연상과 미의 상징이 되는 흰색은 절대적 자유를 갈망하는 긍정의 색인 것이다. 흰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성격에서도 이와 같은 긍정 이미지가 많다. 완전함을 추구하고 기품 있는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며, 신분상승과 업그레이드된 삶을 꿈꾼다. 노력을 통하여 사람들의 눈에 머물러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때로는 외로워 보이는 하지만, 결코 외톨이는 아니다. 나를 낮추고 너를 배려하는 '이타주의'의 희생의 색인 것이다. 그래서 흰색은 어떠한 색과도 잘 조화되어 배색된 다른 색의 채도를 높여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백색은 그만큼 고귀한 통합의 색이다. 고귀한 백색을 사랑하는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하고, 모든 것을 수용해 응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위기의 순간에는 하나로 통합하는 민족적 기질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조상들은 '이타주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백색을 사랑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조상들의 복식문화는 흰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으로 불렸다. 백색은 동쪽의 청색과 상반된 우백호로 서쪽의 상징인 점을 본다면 일부에서 음양오행과의 관련성에 대한 해석에 오류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백의를 즐겨 입었던 조상들의 복식문화는 음양오행보다는 당시 안료가 귀하여 서민들은 염색하지 않은 원단을 소재로 한 의상을 즐겨 입었던데서 유래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어찌 됐든 서양에서는 백색을 '순수'를 상징하는 색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는 우리 민족의 관념적 이미지와 부합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적, 황, 록, 흑, 백 등의 선명한 채색은 프랑스의 라스코동굴 벽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백성들이 백의를 즐겨 입었지만, 우리 민족은 다양한 안료와 염료를 통하여 다양한 색상을 구현해 왔다. 그럼에도 유독 백의민족으로 불리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때 흰옷을 입지 못하도록 하자, 여기에 더욱 강한 항일의식의 표출로 흰 색옷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단결력과 차별성을 나타내려 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연구도 꽤나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백의의 민족이라고는 하나 일반적으로 우리 민족이 즐겨 사용한 백색으로는 소색(素色)이 많다. 소색은 자연 그대로의 약간 누런 기가 도는 흰색으로 세탁을 하면 할수록 순백색에 가까워지는 색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순백이 되는 소색과 백자에서 드러나는 단순한 백색이 아닌 스스로 발현하며, 깊이가 느껴지는 고결한 백색이다. 그야말로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평화와 자유에 대한 갈망의 백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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