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본색단상 19화

Black으로 가는 길목

오비이락 파사두(烏飛梨落 破巳頭)

by 칠렐레팔렐레

까마귀 날자 우연히 배가 떨어지고 하필 배나무 밑에 있던 뱀의 머리로 떨어져 뱀이 죽게 되었으니 까마귀도 그렇고 영문도 모르고 죽게 된 뱀은 또 얼마나 억울하였을까. 영문도 모르고 의도한 바도 없는 일들이 마치 뭔가 인과관계에 의해 일어난 것 같은 일들로 의심을 받을 때 하는 표현으로 '오비이락 파사두(烏飛梨落 破巳頭)'라는 말이 있다. 사실 까마귀나 뱀은 의도치 않게 억울한 상황에 처하고 또, 영문도 모르고 죽어 인과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인과응보(因果應報)'가 되어 다음 생에 입장이 바뀐 또 다른 동물로 환생하여 서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살생의 악연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세상만사 원인 없는 결과가 없는 듯하다.


아무리 떳떳하고 정당한 일이라 할지라도 사람들로부터 한번 의심을 받게 되면 이를 회복하기는 정말 어렵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은 부메랑과 같이 어느 순간 내게 되돌아온다. 근자의 한국 정치인들의 말말... 말들과 같이 말이다. 평생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지 생각해도 인간관계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비이락 파사두'는 일부러 배를 떨어뜨린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까마귀가 오해받을 만한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오비이락 파사두'가 아니어도 까마귀는 많은 오해를 받는다. 근거도 없으면서 사실인 양 꾸며대는 일을 '새까만 거짓말'이라 하고, 심지어는 새까맣게 까먹다와 같이 "까마귀 고기먹었냐"는 건망증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온통 부정적인 의미들 뿐이다. 아마도 그것은 너무나 검은색으로 눈까지도 안 보일 정도로 검은 탓에 본색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까마귀의 색깔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까마귀의 영리함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새 먹이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으며, 딱딱한 호두를 일부러 차가 다니는 길 위에 놓아두었다가 차가 치고 지나가면 주워 먹을 정도로 영리한 새이지만, 그 이름과 검은 깃털 때문에 건망증과 불길한 징조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화와 속담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조류 중 하나 일 것이다. 염라대왕은 인간의 수명을 기록한 장부를 까마귀에게 인간세계에 전하도록 했다. 그러나 까마귀는 장부를 잃어버리고 자기 멋대로 깍깍 외쳐대는 바람에 남녀노소의 죽는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는 제주신화도 있다.


절대적 자유의 흰색과 대립관계에 있는 검정은 억압과 폐쇄의 색으로 아무것도 없는 '무(無)'이자 '악'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넬리 작스'나 '파울 팔란'은 검정을 죽음이지만, 사랑의 색으로 노래하기도 한다. 또한, 어두운 모태이자 대지의 색으로 생명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태어날지 모르는 비밀의 색이기도 하다. 까마귀가 붉은색이나 금색으로 변이 하는 순간 까마귀는 '삼족오(三足烏)'가 되어 태양과 효(孝)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미리내에 '사랑의 가교(架橋)'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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