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방글라데시도 그렇다.
나의 황금빛 방글라데시.
타고르가 쓴 방글라데시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의 첫 구절이자, 방글라데시 국가의 첫 소절이다.
브런치로부터 작가 승인(?)을 받으니 몰*킨 다이어리를 선물받은 것처럼, 고급스러운 새 수첩 하나를 받은 느낌이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설렘과 빈 곳을 어떻게 채워나갈 지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 이 새 수첩에 내가 써 나갈 이야기는 당연히 방글라데시에 관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살고 있으니까.
7년 전 11개월을 봉사단원으로 지내다가, 다시 와서 생활한 지 7개월 정도 되었다. NGO 활동가로 의식주 해결이 가능하며 릭샤(인력거)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에 다시 온 뒤로 방글라데시는 내게 밀(밀어내고), 당(당기고) 중 계속 "당"을 하고 있다. 나는 계속 방글라데시에 끌리고 있다. 덥고 습하고 하루에 몇 번씩 비가 쏟아지는 요즘의 날씨도 내게는 잘 맞는 것 같고, 릭샤 타고 다니는 출퇴근길이 진흙탕에 울퉁불퉁 돌들로 험난하지만 골목길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몸을 누이고 낮잠 자는 개들도 귀엽고, 절대적으로 봐도 상대적으로 봐도 특별히 아름다운 이곳 노을도. 콩깍지가 씌어진 걸까.
봉사단원 시절에는 저 노래가 이해가 잘 안 됐었다. 황금빛 방글라데시라니. 도시의 지저분한 거리와 낡은 옷을 입고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극심한 교통 체증 같은 것만 생각났다.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개발 국가를 자주 다니는 한 지인도 여기 출장 와서는 "차라리 아프리카 쪽이 낫지, 방글라데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고개를 저었었지. 내가 방글라에 오기 전, 나와 같은 직무로 각각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었다. 베트남, 몽골, 필리핀 그리고 방글라데시. 아무리 비교해봐도 네 나라 중에 방글라데시가 제일 살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 들어오던 날, 늦은 밤 비행기 안에서 다카 시내를 내려다볼 때부터 난 다시 방글라데시와 사랑에 빠졌다. 그냥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고.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금세 잊히고. 성인 남자 두 손가락 합친 것만큼 큰 바퀴벌레를 자주 봐도 그 순간뿐이고. 서울 생활보다 이곳 생활이 훨씬 좋고. 하루 하루가 여행 같다. 타고난 방랑벽일까. 돌아다니는 건 아니니까, 해외생활벽(?)이라고 해야 하나.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방글라데시. 내가 느낀 이곳의 매력들을 하나하나 녹여 나의 이곳 생활을 담아내려고 한다. 비행기 값 치르고 여행 오기엔 너무 돈 아까운, 볼 것도 없고 관광지도 없는데 물가는 또 엄청 비싼 이곳이지만.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서만 열어볼 수 있는 이곳의 진짜 얼굴. 정말 황금빛 방글라데시가 맞는지. 내 글들도 금빛으로 빛날지. 직접 읽어보고 확인해보시길.
두 번째 글.
여행 같은 출근길 in 방글라데시
https://brunch.co.kr/@okjaya/2
세 번째 글.
맨발로 길을 걸어가던 소녀
https://brunch.co.kr/@okjaya/3
네 번째 글.
방글라데시에서 장발장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