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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재미 찾기

by 호방자

2학기에는 독서를 가르쳐야 한다. 갑자기,,, 독서는 하는 것이지 가르치는 건가 삐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독서를 가르친다...,,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생각을 정리하고 깨달음을 얻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 3년은 남들보다 반발이라도 앞서야 좋은 등수를 받는 길고 긴 마라톤과도 같다. 뒤처진 애들은 뛸 의지조차 없어 주저앉아 있지만, 앞선 아이들은 순간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으므로 눈에 불을 켜고 달린다. 그러므로 독서 수업은 어렵고 딱딱한 글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읽어 문제를 풀어내는지 평가하기 위한 줄 세우기가 되고 만다.



어렵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남는 게 없을지언정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므로 사막 한가운데에서 꽃을 피워내는 심정으로 재미를 찾고자 한다. 시수는 적은데 각종 행사에 수행평가까지 해야 하니 출제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진도를 나갈 수 있을지 요원하다. 그러니 애들이 지루하든 말든 따라오든 말든 앞만 보고 달리는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가장 중요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줄을 세울 수 있으니까.


학교가 행복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행복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재능은 있다는데, 그게 공부만은 아닐 터인데 다들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다. 공부를 못하면 불행해질 것처럼 겁을 준다. 공부를 못해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상대방과 비교하는 이 병적인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학교는 성적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수단이 아닌,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고 친구들과 선생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점수를 매기는 곳이 아닌 학생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 되길 바란다. 학교가 행복하지 않은지 너무도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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