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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양육자

by 호방자

예전에 라디오 진행자가 양육자의 친절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했다. 당시 육아의 늪에 허덕이던 나에게 그 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깊숙이 뇌리에 박혔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기 위해 이것저것 신경 쓰고 노력한다. 양육자의 계획은 완벽하다. 이대로 따라와 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아이들은 탱탱볼과 같아 종잡을 수 없다. 계획이 틀어진 양육자는 결국 폭발하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정신을 차린 뒤 아이에게 사과해 봤자 터진 울음은 멈출 줄 모른다. 깊은 밤 침대맡으로 희미하게 비친 아이의 얼굴을 보며 못난 자신을 탓하고 다짐하지만 바보처럼 이 짓을 계속한다.



천성이 느긋하고, 참을성이 많으며, 엎어진 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면 고민할 게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아이 앞에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육체와 정신은 불가분의 관계라서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벽하게 지배하지 못한다. 내 몸이 힘들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부모상에 빙의하여 말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건 내 부족함이 아니다. 다들 그렇다.



우리 사회는 정신력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정신이 육체가 가진 힘 이상을 이끌어 낼 때 환호하고 열광하는 것은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날 하루 몸 컨디션에 따라 기분이 왔다 갔다 하곤 한다.



육아를 정신력으로 할 수 없다. 육아는 일상인데 일상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사람이 있다면 환호받아 마땅하다. 친절한 양육자가 되고 싶다면 체력을 기르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지금 당장 힘이 없는데 무슨 운동이냐, 차라리 쉬어서 체력을 아껴야 한다고 얘기한다면 모두가 꿈꾸는 우상향 그래프를 떠올리자. 단기간의 소폭 등락은 있겠지만 길게 보면 결국 상향하는 아름다운 그 그래프. 우리의 체력이 그렇다. 오늘, 내일은 피곤할지 몰라도 한 달이 다르고 두 달이 달라진다. 결국 육아는 장기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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