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름 부르기

by 호방자

예전에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신은 학창 시절 굉장히 존재감 없는 아이였는데 당시 어떤 선생님이 내가 아니면 누가 너 같은 애들 이름 한 번 불러주겠냐며 자기 이름을 불러주셨단다. 몇십 년이 훌쩍 지나서 그 이야기를 꺼낸 걸 보면 아마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며 그 선생님의 말씀이 종종 떠오른다. 저기 조용히 앉아 엎드려 있는 아이도 학교에서 이름 한 번 불릴 일이 있을까?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학교는 굉장히 무서운 곳이었지만 굉장히 잘 보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내 기억에 선생님은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수많은 학생들 중 나의 이름을 기억해 불러주

는 건 기분 좋은 일이면서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학교에서 기분 좋은 일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면 어떨까. 나는 아이들을 마주치면 안녕, 하이, 헬로 보통 이렇게 인사하는데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쑥스러워 이름을 알아도 부르진 않는데 이제부터 자연스럽게 안녕 OO~, 하이 OO~ 이렇게 인사하면 어떨까?



수업을 듣는 아이 중 조용하고 잘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 작년에도 올해도 함께하기 때문에 이름을 알고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 그러다 제출한 과제를 통해 그 아이의 아픈 가정사를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학교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이유가 그런 사연에 기인한 건 아닐까? 자신의 내밀한 속마음을 수행평가에 써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내가 읽기를 바랐던 것일까? 별생각 없이 썼을까? 후자일 확률이 높지만 고민이 깊어졌다. 어쭙잖게 위로나 조언을 하는 건 주제넘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 써 주고 싶긴 하다. 아직 좋은 방법이 떠오르진 않았으나 오늘 한 번 이름이라도 불러줘야겠다. 자신의 이름이 불린 오늘이 훗날 특별한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물아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