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견

by 호방자

학교는 아이들이 행복한 곳인가? 라고 물으면 자신있게 답하지 못하겠다. 특히나 일반계 고등학교 아이들은 항상 가슴 한켠(편)에 성적이라는 묵직한 돌덩이 하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공부에 뜻이 없는 아이라면,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떤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영겁의 시간 뒤 찾아오는 찰나의 쉬는 시간, 오늘의 급식 메뉴, 그나마 흥미가 있는 몇 개의 수업?? 어차피 모두가 공부에 목숨을 걸 게 아니라면 동아리 활동의 내실화, 다양한 학교 행사들을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도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 학교 체육대회에는 입장식 행사가 있었다. 직접 꾸민 학급 깃발을 들고 운동장 가운데로 행진하여 몇 분간 퍼포먼스를 펼친다. 특별한 퍼포먼스가 없는 반도 있지만 정말 공들인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학급도 있다. 아이들은 몇 주 전부터 책상을 밀고 퍼포먼스 준비에 열심이다. 지금부터는 춤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이 주목받는 시간이다. 센터에 서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리더십 있는 아이들은 부족한 친구들을 챙기며 학급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은 교실 한켠(편)에서 학급의 상징인 깃발에 장인의 한 획을 새긴다. 이 모든 게 수업 때는 볼 수 없는 귀한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아이들을 재발견하게 된다. 수업 때는 별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아이가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춤을 추고 대열을 맞추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귀찮고 하기 싫어서 마지못해 추는 춤이더라도 분위기라는 걸 느끼고 하나가 아닌 모두에 속하길 택하는 모습이 장하고 기특하다. 춤을 추는 아이들의 동작에 실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도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런 행사가 올해는 사라졌다. 아이들은 오로지 경기만 열심히 하고 하교했다. 선생님들의 관심도 덜했다. 그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일부러 운동장으로 오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올해는 다들 자기 실에 들어가 좀처럼 나오질 않으셨다.



일하는 사람의 열의가 중요함을 느낀다. 귀찮다고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날 돕지 않는다. 하지만 귀찮더라도 해보고자 한다면 그 뜻을 알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올해 학급 퍼포먼스 경연이 사라져 아쉬운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을 뺏은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부디 내년에는 이 소중한 행사가 찬란히 부활하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가슴 센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