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야구인가? 축구인가? 축구는 월드컵 특수가 있긴 하지만 프로 리그로만 한정했을 때 야구의 인기에 비할 수가 없다. 지금 2025년 프로야구의 대장정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승부의 추가 다 넘어갔다고 생각했을 때 믿지 못할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어떤 선수는 큰 경기에 강한 반면에 누군가는 유독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새가슴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시즌 내내 잘했어도 단기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엄청난 비판을 받아야 하니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돈과 명성이 따르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같은 새가슴 부류 인간으로서 그 차가운 태도에 뜨겁게 분노한다.
인생의 큰 관문에서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인생이 많이 피곤해졌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시기의 나는 세상 누구보다 괴로웠다. 긴 인생에서 짧은 몇 년이 큰 흠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기간이 길어서 좋을 건 없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어떻게 하면 새가슴이 아니라 센가슴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아이는 쫄보다. 부끄럼이 많고 겁이 많다. 이맘때 아이들이 많이들 그럴 것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내 과거를 생각하니 깊은 곳에서 걱정이 꿈틀댄다.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호연지기를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렇게 키우고 싶다고 해서 키워지는 건 아니지만 고민이라도 해 본다. 부모의 마음이 그렇다.
타고난 기질이 존재할 테니 뭐니 해도 그게 제일이다. 타고나지 않은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내와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아이를 만나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런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느냐고. 어른의 눈에는 정답이 쉽게 보이므로 도와주려다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살짝 어긋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새장 속에 갇힌 새는 야생에서 살아갈 힘을 잃는 법이다. 그렇게 새가슴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조금 내버려 두자. 마음을 내려 놓고 아이를 믿어주자. 지적하고 가르치는 게 능사가 아니다. 틀렸을 때 충분히 깨닫고 배울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소중한 오늘, 아이와 사랑의 말을 나누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