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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by 호방자

어느 날 문득 삶이 무서워졌다. 아픈 곳 없이 내 의지로 내 몸을 제어할 수 있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지만 당장 몇 분 뒤 운전을 하다 죽거나 불구가 될 수 있고, 배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내가 아니라 가족이 겪는 것조차 상상하고 싶지 않다. 나보다 10살 많은 친한 선생님을 보며 나도 저 나이까지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앞으로 10년의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책을 출판해서 작가가 되어볼까? 실패로 점철된 외국어 잔혹사를 끊어내고 해외로 나가볼까? 재테크를 열심히 해서 부자가 되어볼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리고 그걸 이루어도 죽음 앞에 공허해 보였다. 돌고 돌아 지금의 소중한 삶을 잘 영위해 나가자는 무욕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죽은 이후에도 삶을 살아갈 아이를 잘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이름을 남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내가 남긴 아이의 삶에는 관심이 많다. 나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물질적 유산은 틀린 것 같고 정신적 유산이라도 잘 남겨주어야지.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감동적이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건강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부모가 자녀의 삶을 주물 팬 찍듯이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부모는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삶과 가르침이 일치하는가?


나는 지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여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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