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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니까 해주자

by 호방자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그만 참지 못하고 학년 교무실에 들렀다. 티백 하나와 따뜻한 물 한 잔에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손님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조용히 존재감 없이 다녀오고 싶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 탕비실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열 명 남짓한 선생님들이 다과를 즐기고 계셨다. 발을 넣지도 빼지도 못한 채 얼어버린 나를 모두가 환영해 주셨다. 도저히 사양할 수 없을 만큼의 환대 속에 가벼운 차 한 잔의 계획은 배를 무겁게 채우는 것으로 바뀌어버렸다.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느꼈다. 비록 친하진 않더라도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 설령 가식이 끼어 있더라도 얼굴 붉히는 사이를 만들지 않는 것. 다행히 나는 오늘 그 열 명 남짓한 선생님들과 불편하지 않았기에 그들에게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의 표정, 말, 분위기가 오늘 아침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아직도 약간의 흥분이 남아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별거 아닌 말과 행동에 사람의 기분이 왔다갔다한다. 별거 아닌 것을 누군가는 글로 남기기까지 하고, 별거 아닌 것 때문에 누군가는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별거 아닌 것들은 귀찮더라도 해주자. 별거 아니니깐. 별것도 아닌 것들이 쌓이면 그게 나의 태도가 되고 사람들은 그 모습으로 나를 평가하고 판단한다. 억울할 것도 없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을 그렇게 평가한다. 가만 보면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것도 아닌 것을 잘 해주는 사람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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