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은 은퇴하지 않는다

by 호방자

야자 감독을 하며 한 시간 동안 글 한 편을 쓰려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대단한 걸 쓰는 것도 아닌데 이것 저것 써보다 결국 다 지워버렸다.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막 쓸 순 없다.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허탈하다. 소중한 한 시간이 날아가 버렸다. 어떻게든 글 한 편을 써야지 하고 비장하게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 올라왔는데 초라하게 내려갈 예정이다.



그러다 문득 결과물이 뭐 중요한가 싶었다. 내가 꾸준히 노력하는 일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못 썼지만 난 한 시간 동안 쓰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했다. 그 과정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동년배 선생님들과 서로 고민을 나누었다. 젊은 시절에 비해 기력이 쇠하고 열정이 줄어들었으며, 뭘 하든 감동이 덜하고 재미가 없으며 고민만 많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그 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삶의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단조롭고 뻔하다. 다행인 것은 나는 아직 재미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유튜브를 보는 시간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영어 공부, 글쓰기, 독서를 놓지 않고 있다.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뮤지션에 비유하며 ‘뮤지션은 그들 안에 더 이상 음악이 없을 때 은퇴한다’는 말을 한다. 중요한 건 마음 속에 무언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버렸을 때 우리는 좌절하고 절망한다. 나와 함께 고민을 나눴던 선생님들도 마음 속 음악을 찾는 과정 중일 것이다. 나도 내 마음속 음악을 찾기 위해 한 시간이 넘도록 글 앞에서 낑낑대는 것이다.



결국 한 시간의 두드림 끝에 글 하나를 완성했다. 이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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