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늘었다.

by 호방자

학교에 모 남선생님은 가정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집안일부터 아이들 케어까지 다른 여선생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오늘은 아이들 도시락 사진을 보여 주시며 여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으셨다.



다른 선생님들은 모를 것이다. 나와 그 선생님이 오고 가며 서로를 측은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듯 나 역시 라면과 후라이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아빠들은 배달 음식을 시킨다는데 나는 집밥을 먹는다.



올리브유 가격 급등으로 한동안 올리브유를 멀리했다. 그러다 마트 할인 덕분에 기름을 산유국처럼 비축했다. 오랜만에 감바스를 먹게 될 줄이야. 중불에 올리브유, 마늘, 새우 정도면 충분하다. 마법의 굴소스를 한 스푼 넣었더니 더 맛있어졌다.



처음에 요리를 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유튜브를 반복해서 보며 조리 시간과 계량을 철저히 지켰다. 그래서 요리를 하려면 큰 맘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부담이 없다. 웬만한 건 유튜브를 보며 흉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요리를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을 요리에 대한 부담이 있느냐로 판단한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공이 와도 별로 겁나지 않는다. 볼을 간수할 자신이 있고 원하는 곳에 패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축구를 못하는 사람은 공이 자신에게 오는 게 부담스럽다. 뺏길 것 같고 엉뚱한 방향으로 찰 것 같기 때문이다.



하다 보면 실력이 는다. 공부도 축구도 요리도. 오늘 비문학 수업 지문을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생각난다.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한 번 더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귀찮다고 힘들다고 하지 않으면 삶이 제자리에 멈춘다. 내 삶의 선택지가 점점 줄어든다.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정말 무서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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