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이젠 학교에서 위보다 아래가 많아졌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나의 쓸모를 인정받으면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지 않고 보람찬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 수업이 마음에 들면 힘들어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소위 망한 수업일 때는 기분이 더럽다. 장탄식이 나오고 힘들지 않아도 힘이 든다.
원로 대접을 받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점심 후 산책을 하다 교장들은 퇴직을 하면 뭘 하는지 궁금해졌다. 별거 없지 않나? 연금 받으면서 잘되어 봤자 학교 배움터 지킴이(등하교 안전 지도, 일과 중 학생 안전 지도) 아닐까?
문득 두려워졌다. 이미 난 퇴직 후를 고민하고 있다. 어떤 자격증이 좋을지 고민하며 진지하게 알아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쉬운 것이 없었다. 좋은 건 당연히 따는 것도 힘들뿐더러 합격 후 성과를 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지금은 개인 중심의 시대이다. 예전처럼 단체 속에서 성과를 내고 보상을 받는 구조는 희미해 지고 개인이 능력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성과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내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 온 성과들이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결국 돌고 돌아 내가 해 온 국어, 교사, 육아와 관련된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 가진 국어 교사는 넘쳐나겠지만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그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 인류는 기록으로 발전해 왔다. 노력이 기록으로 남겨지고 스토리가 되었을 때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딱 주어진 만큼만 하는, 휘발되는 영수증 잉크 같은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 교사는 실전에 투입된다. 이론가들이 아무리 연구를 해도 현장에서 적용하는 건 교사다. 나에게 그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교과 지도, 생활 지도, 이 경험들을 어떻게 좋은 정보로 탈바꿈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