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학예회가 열렸다. 유치원이 제법 큰 편이라 공연장도 커야 했고 가족들도 많이 왔다. 아내와 통화를 하며 우리가 제일 먼저 가는 게 아닌지 걱정했으나...도착해 보니 이미 이곳은 성심당이다. 늘 느끼지만 우린 너무 세상 물정에 어둡다.
공연장의 문이 열리고 가족들이 쏟아져 들어간다. 일단 앞줄, 그리고 가운데, 는 세상 물정에 밝은 분들이 모두 차지했고 세상 물정 어두운 우리는 우리와 어울리는 적당히 어두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볼썽사나운 자리다툼이 생겼고 결국 선생님들의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사정을 자세히 몰라 조심스럽지만, 몇 년 후 저분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살짝 무서운 상상도 해 보았다.
드디어 시작. 첫 무대부터 아이들의 귀여움이 터져 나온다. 처음 서 보는 큰 무대에 압도되어 엉엉 우는 아이도 있었다. 흥겨운 음악에 세상 순진한 얼굴로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니 내 아이도 아닌데 눈물이 나오려 했다. 자기 자식인 분들은 오죽했을까? 다시는 못 볼 것처럼 ‘누구야 사랑해’를 외치는 뒷자리 엄마가 정말 어디 멀리 떠날 계획이 있으신가 걱정이 되었다.
내 아이가 나온다. 보자 마자 알겠다. 가냘픈 체구, 야무지게 쪽을 진 머리, 올망졸망한 눈코입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탈골이 걱정될 만큼 흔들어 댄다. 나도 외쳤다. 다시는 못 볼 사연 있는 아빠처럼. 허나 아빠 맘도 모르고 야속하게 반대쪽만 바라본다. 그렇게 슬픈 사연은 완성되고 아빠는 그 누구보다 크게 울부짖었다.
3시간이 훌쩍 넘는 마라톤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며 아내와 나는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선생님들의 노고가 먼저 떠올랐다. 유치원 선생님들의 근무 강도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런 큰 행사를 앞두고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무대 뒤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정리까지 해야 끝나는 그들의 오늘이 평온함 속에 마무리되길 빌었다.
이 큰 행사가 무사히 끝난 것에 감사한다. 아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나 보다. 학예회가 끝난 오늘도 춤을 추고 있다. 부모들은 어린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무대에서 보여 준 성과에 적잖이 감동한 듯하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부모들의 순수한 사랑이 부디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지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