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가 죽었다. 한날한시에 죽자고 맹세했던 도원의 결의를 저버리고 영웅은 그렇게 가버렸다. 9척의 장신, 대춧빛 얼굴에 봉황의 눈을 하고, 붉은 적토마 위에서 82근의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던 그는 오나라에 사로잡혀 당당히 죽음을 선택한다.
관우가 죽은 나이가 50대 후반이다. 당시 평균 수명을 생각해 보았을 때 많이 늙은 나이다. 술이 채 식기도 전에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왔던, 다섯 관문을 지나며 여섯 장수를 베고 유비에게 돌아왔던 그 때의 관우가 아니었을 것이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실수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문무를 겸비한 완벽한 장수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조심하고 겸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수비 대장으로 임명된 육손이 이름 없는 장수에 불과하다고 얕잡아 본 결과 형주를 빼앗기고 만다. 일은 점점 커져 결국 조바심을 낸 관우는 무리하게 군사를 움직이다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한다.
인턴이라는 영화에서 젊은 여성 CEO에게 나이 든 할아버지 인턴이 인생의 지혜를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더 지혜로워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떤 택시 기사분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절대로 부모님 말 듣지 말라.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앞으로는 본인이 잘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관우가 스스로를 더 잘 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은 잊고 현재의 모습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지금하는 나의 생각 역시 허구로 쓰여진 소설에 대해 주절거리는 것이므로 별 의미가 없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답도 모르는 걸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질문하고 답하는 것. 그냥 관우의 죽음이 안타까워 몇 자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