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었다. 단일팀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여 주었지만 그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라는 후폭풍이 불었다. 올림픽이라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던 기존 선수들은 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반면 기성 세대들은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나는 선배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독서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15살 이상 차이가 나는 선배 교사가 나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나는 평화와 통일의 가치보다 공정성과 개인의 권리 희생 문제에 더 가치를 두고 있었다. 그분은 나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셨다. 그분은 대학 시절 학생 운동을 하셨다. 나는 통일을 도덕책 마지막 단원에서 배웠던 것 같다. 그 부분은 시험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요즘 세대는 공정성에 더 민감하다. 입시, 취업 등의 불공정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기존의 세대들과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신규 선생님에게 예정되지 않은 시험 감독 몇 시간을 부탁드렸는데 자신이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거부하셨다. 오래 전 신규 경험을 했던 우리 부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선배 교사가 날 이해하지 못했듯 나 역시 신규 교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 내 아이와 공정성 시비가 종종 생긴다. 어른이 먼저 말하고 있으면 기다렸다가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는데 자기가 먼저 말하고 있을 때 내가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아빠가 급해서 그랬다고 하자 나는 안 되는데 왜 아빠는 되냐고 따진다. 말대꾸하지 말라고 했더니 말대꾸가 뭐냐고 묻는다. 말대꾸가 뭔지 설명해 주는 내내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나의 접근이 잘못된 것 같았다. 아이가 벌써 자라 공정성을 생각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막 태어난 고양이의 두 눈을 봉합하면 일정 시간 후 눈을 열어 주어도 보지 못한다고 한다. 공정성에 눈을 뜬 아이에게 미싱질을 한 건 아닌가 자책했다. 아빠가 많이 부족하다. 장님 미싱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