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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수도승의 삶

by 호방자

부모들은 자녀의 삶이 꽃밭을 뒹굴며 행복하기를 바란다. 삶을 먼저 살아 본 선배로서 똥구덩이에 들어가려는 자녀를 보면 말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함정인 것은 자신들이 대단한 똥 감별사라도 된다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부모도 똥 감별이 어렵다. 옛날엔 똥이었던 것이 지금은 똥이 아닌 이상한 시대가 되었고, 나에게는 똥인 것이 누군가에게 똥이 아닐 수도 있다.



내 아이가 어떨 때 행복할까 고민해 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이루면서 살 때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바른 가치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키우기 위해서 부모는 수도승의 삶을 살아야 한다. 편한 삶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우주와 같다. 아이가 바라보는 우주가 아름답고 따스한 곳이기 위해서 부모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데 아이가 자라길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퇴근해서 핸드폰만 쳐다보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종일 밖에서 고생하고 돌아와 편하게 누워 핸드폰을 보는 행복을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수도승은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진정한 교육의 도는 핸드폰이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궁금한 게 많다. 지친 부모는 일일이 대답하기도 귀찮을뿐더러 아이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설명을 찾는 것이 머리가 아프다. 이런 거 너는 몰라도 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지만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을 때 자존감이 생긴다. 부모에게 존중받으며 오늘 새로운 것을 알았으니 내일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울 힘이 생긴다.


하늘이 내 아이에게 어떤 재능을 주셨는지 궁금하다. 자녀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터인데 유독 우리나라는 인지적 재능만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에서 분위기상 공부는 하기 싫어도 하게 되어 있다. 아이들이 괴로운 것은 꿈이 없고, 참을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릴 때 열심히 바깥에서 놀아주자. 많이 놀아야 꿈도 생기고 지식을 담을 생각 주머니도 커지고 참을성도 키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대판 수도승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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