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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by 호방자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오는 것은 늘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는 건 좀 낫다. 방학의 자유에 흠뻑 취해 있다 정신을 차리려니 어색하지만 졸업을 앞둔 며칠간의 등교는 할 만하다. 역시 학교는 가끔씩 나오는 게 맞는 것 같다.



규율이 느슨해진 틈을 타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이제 성인이니 흉내같지만 흉내가 아니다. 다만 학교의 규칙에 조금 어긋날 뿐이다. 하지만 선생님들도 이쯤에선 적당히 눈을 감아준다. 특히 좀 더 과감해진 스킨십이 눈에 띈다. 다른 건 안 보이고 내 앞에 있는 사람만 보여서 그런 건가. 조건 없이 온전히 이 사람이 좋고, 마음이 두근거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경험은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일 게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기에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에 반대한다. 별로 도움될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시기로 삼겠다면 더더욱 그렇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는데 이성 친구에게 쏟는 에너지만큼 내 미래에 쓸 에너지는 줄어들 게 된다. 그래서 학교 생활에 열심인, 목표가 뚜렷한 친구들은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리고 이 시기의 사귐은 보통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통계 결과이다. 정답이 아니고 통계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연애를 하는 예외의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이제 눈치보지 않고 연애할 수 있다. 눈치 주며 떨어지라고 혼내는 선생님도 없고, 공부해야 하니까 사귀지 말라는 주변의 만류도 없다. 학교에서 맨날 보는 그런 뻔한 애들 말고 드라마에 나오는 정말 예쁘고 멋진 친구들이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즐기길 바란다. 사랑의 에너지로 충만한 이 시기에 아름답고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동네에서 사귀다 헤어지면 동네에서 꼭 만나게 되어 있으니 잠시 참았다가 대학에 가서 연애하길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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