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V가 없는 이유

by 호방자

자신의 생일에 온 가족이 진심을 다해 축하해 주는 삶을 살아 온 여자와 생일 파티 따윈 쿨하게 패스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 온 남자가 결혼을 했다. 남편의 무심함에 여자의 서러움이 폭발한 1년전 그날을 떠올리면 남자는 지금도 빡이 친다는 이야기…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들려준다.


아내가 봤을 때 나는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화초이고 내가 봤을 때 아내는 방임 속에서 자란 잡초다.

달라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게 하셨을까?


이렇게 달라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다. 생각이 달라도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 한다. TV에서 양 극단의 사람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해 논한다. 생각이 달라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의 중요성에 서로 공감한다. 교육에서만큼은 아내와 나도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명절에 제한없이 TV 가 허용되니 아이의 눈이 돌아간다. 이미 사촌들은 TV에 익숙한 삶을 살아온 듯하다. 과거 TV 중독자였던 아빠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TV를 없앴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확실히 아날로그적으로 논다. 자극적인 재미보다 심심한 재미가 더 낫다고 본다.


아내가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내 욕을 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빨리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