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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찾기

by 호방자

처가에 다녀왔다. 아버님은 항상 즐겁게 살라고 말씀하신다. 참고 아끼기만 하면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놓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버님은 돌아오는 차에서 심수봉의 음악에 흥얼거리셨다. 다행히 오늘 하루가 즐거우셨나 보다.



최근 들어 순간순간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가장 확실한 건 지금 내가 행복하다는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쏟아지는 햇살과 꽃들을 보며 행복했고, 아이들이 나에 대해 가져주는 관심에 행복했다.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눌 때 행복했고 점심에 나온 쌀국수가 맛있어 행복했다.



아직 몸에 배지 않아 자칫하면 행복 찾기를 잊어버린다. 바쁘고 힘들면 더더욱 그렇다. 바빠 죽겠는데 뭔 행복 타령이냐 싶을 때, 그럴 때면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간다. 어깨를 펴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이 무척 파랗다. 오늘 처음 보는 하늘이다. 그리고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일 앞에 마법의 문장을 붙인다. “이거 개꿀잼인데?”



지금 나는 행복한지 물었다. 아내의 배려 덕에 달리기를 하고 왔다. 비가 쏟아졌지만 비를 피해 달릴 수 있는 곳이 있어 감사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 샤워를 하니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뽀송하다. 바람 소리가 심상찮은데 집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왠지 모를 안정감이 나를 감싼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날 빗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어 문을 살짝 열었다. 비 오는 날 증폭되는 도로 위 차 소리는 몇십 년째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행복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찾아 보았다. 양파 수프, 바질페스토 샌드위치, 학교에서 점심 후 내려 먹는 커피, 나의 영혼과도 같은 축구, 글쓰기, 여행 유튜브 보기, 좋은 선생님들과의 수다. 생각보다 개수가 적어 실망이지만 별거 아닌 것에도 행복을 느낀다는 걸 알았다. 다행이다. 언제라도 쉽게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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