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황제>
새벽 당직이었다.
헤르손 항구의 새벽 당직은 보통 조용했다. 갈대밭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고, 안개가 수면 위로 낮게 깔리고, 드로몬들이 밧줄에 묶인 채 천천히 흔들렸다. 그게 전부였다.
그는 난간에 기댄 채 졸고 있었다.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뭔지 몰랐다. 노 젓는 소리였다. 그러나 달랐다. 느리지 않았다. 빠르고 낮고 리드미컬했다. 강을 타고 오는 소리였다. 바다에서 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눈을 떴다.
안개 속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형태가 드러났다.
낮고 길고 빠른 배. 용의 머리가 새겨진 이물.
하나가 아니었다.
셋. 다섯. 일곱.
그는 소리를 질렀다.
"적선이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조각났다.
종 소리. 발소리. 누군가 그를 밀치며 달렸다. 밧줄 끊는 소리. 갑판 위에서 외치는 목소리들.
롱십이 측면에 붙었다. 갈고리가 난간에 걸렸다.
그는 창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난간 너머로 얼굴이 올라왔다. 크고 붉고 수염이 많은 얼굴. 루스 전사였다. 눈이 마주쳤다.
그는 창을 찔렀다.
맞지 않았다.
전사가 갑판으로 올라왔다. 도끼를 들었다. 그는 뒤로 물러났다. 발이 밧줄에 걸렸다. 넘어졌다.
도끼가 내리찍혔다. 갑판이 쪼개졌다. 그의 얼굴 옆이었다.
옆에서 누군가 달려들었다. 같은 편 해병이었다. 전사가 돌아섰다. 그는 기어서 뒤로 물러났다.
일어섰다.
항구가 보였다.
불화살이 돛에 꽂히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불이 붙는 데 걸린 시간, 눈 두 번 깜빡일 만큼. 불길이 마스트를 타고 올랐다.
드로몬들이 서로 엉켜 있었다. 밧줄이 불탔다. 닻줄이 끊겼다. 배들이 표류했다. 불이 옮겨붙었다.
그는 양동이를 집었다. 불을 끄러 달렸다.
그때 옆 드로몬에서 빛이 났다.
푸르스름하고 끈적한 빛이었다. 불인데 불 같지 않은 색이었다. 그는 그 색을 알고 있었다. 훈련 때 한 번 본 적 있었다.
그리스 불 저장고였다.
"꺼라! 꺼---"
누군가 외쳤다. 소리가 중간에 끊겼다.
불은 물 위로 흘렀다. 수면 위에서 번졌다. 옆 드로몬 선체를 타고 올랐다. 해병들이 물을 퍼부었다. 소용없었다.
그리스 불은 물로 꺼지지 않는다.
그것은 제국의 무기였다.
오늘은 제국의 무기가 제국의 함대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양동이를 들고 멈춰 섰다.
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불이 수면 위에서 흘렀다. 끊이지 않았다. 퍼졌다. 드로몬과 드로몬 사이를 채웠다.
그는 그것을 멍하니 봤다.
막을 수가 없었다.
루스 전사들이 사라진 건 그보다 조금 뒤였다.
싸우지 않고 사라졌다. 왔던 방향으로 롱십을 몰았다.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불만 남겼다.
항구는 타고 있었다.
그는 부두 끝에 앉아 있었다. 언제 거기까지 왔는지 몰랐다. 손에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비어 있었다. 한 번도 붓지 못했다.
옆에 해병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숨은 붙어 있었다. 그는 그것만 확인했다.
드로몬이 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가 불 속에서 갈라지는 소리였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오.
안개가 완전히 걷혔다.
바다 쪽 수평선 위로 돛이 떠올랐다. 하나. 둘. 셋. 여섯. 열. 계속 올라왔다.
붉은 바탕 위 금빛 쌍두독수리.
황실함대였다.
"황실함대다!"
누군가 외쳤다. 그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수평선을 봤다. 돛이 보였다. 계속 나왔다.
눈물이 났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부끄러워서도 아니었다. 그냥 났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나지 않았던 눈물이, 돛을 보는 순간 났다.
그는 손등으로 닦았다.
선두 드로몬이 천천히 항구로 들어왔다. 갑판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연기 속에서도 몸이 흔들리지 않았다. 강을 보는 게 아니라 강을 읽고 있었다.
"황제다."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확인한 게 아니었다. 느낀 것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봤다.
니케포로스는 항구를 걸었다.
타버린 선체. 부러진 돛대. 피 묻은 방패. 물 위에 떠다니는 것들.
오래 걸었다.
멈춰 섰다. 보급 창고 앞이었다. 문이 열려 있었다. 안이 텅 비어 있었다.
그는 그 안을 오래 들여다봤다.
헤르손 함대 사령관이 무릎을 꿇었다.
"폐하. 안개 속 기습이었습니다. 얕은 수심 기동으로 드로몬이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창고를 알고 있었소."
니케포로스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사령관이 입을 다물었다.
"정박 순서도. 그리스 불 저장고 위치도."
침묵.
"배치도가 없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오."
사령관이 고개를 떨궜다.
니케포로스는 강 하구를 바라봤다. 흐름을 읽듯이. 오래.
"그들은 바다에서 싸우지 않는다. 강에서 싸운다. 우리는 이곳을 바다처럼 지키려 했다."
잠시 침묵.
"이제 강처럼 지킨다."
"황실함대 전면 재배치."
"전면입니까?"
"전면이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 전쟁은 더 이상 국지전이 아니었다.
같은 시각, 상류.
스비아토슬라프는 보고를 받았다.
헤르손 타격 성공. 드로몬 다수 손상. 보급창 파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보고를 기다렸다.
부족 약탈 확대. 남부 마을 화재. 민간인 피해 발생.
그는 눈을 감았다.
강은 잠겼다. 헤르손은 흔들렸다. 계획대로였다.
그러나 마을이 타고 있었다. 그것은 계획이 아니었다.
"부족장들을 소환하라."
"이미 늦었습니다. 강을 건넜습니다."
그는 눈을 떴다.
연기가 보였다. 연기의 방향이 마을 쪽이었다.
처음으로, 이 전쟁이 자신의 손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압박으로 시작했다. 협상을 원했다. 그러나 지금 강 건너 마을에서는 그의 이름으로 불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황실함대가 헤르손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니케포로스."
그 이름을 낮게 불렀다.
"드디어 왔군."
이제 진짜 전쟁이었다. 그가 원하던 전쟁과는 달랐다.
어떻게 끝낼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마르코스의 기록.
헤르손은 점령되지 않았다. 그러나 상처 입었다.
그날 이후 누구도 이 전쟁을 교란이라 부르지 않았다. 수도에서도, 재상단에서도.
나는 헤르손 보고서를 받아 읽으며 오래 생각했다.
부족은 통제를 잃었다. 그러나 롱십은 정밀했다. 그 둘은 같은 손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스비아토슬라프는 무너지는 판 위에서 다음 수를 뒀다. 그리고 그 수가 헤르손이었다.
나는 그것이 두려움에서 나온 결단인지, 계산에서 나온 결단인지 알지 못했다.
아마 그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강은 멈추지 않는다. 사람도 멈추지 않는다. 그게 문제였다.
--- 제10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