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저는 개가 참 좋았습니다. 집에 들어서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주는 모습, 제가 하자는 대로 따라와 주는 순수함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충성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는 그런 존재였죠. 제가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언제나 곁에 있어주고,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늘 반짝반짝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부터 그 변함없는 애정이 조금씩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항상 저를 따르고, 항상 저를 좋아하고, 항상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그 일관된 모습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때로는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조용히 있고 싶을 때도 그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이 오히려 무겁게 다가왔어요.
그러던 중에 예전에는 별 관심이 없던 고양이에게 눈이 가더라고요. 밥만 제때 챙겨주고, 가끔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알아서 혼자서도 잘 지내는 그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습니다. 억지로 애교를 부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냉정하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필요할 때는 다가와서 골골거리며 애교를 부리는 그런 자연스러움이요.
생각해보니 친구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매일 만나야 하고, 매일 연락해야 하고, 모든 걸 함께 해야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루라도 연락이 없으면 섭섭해하고, 자주 보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 같아서 불안했습니다. 그때 제 친구들은 개 같은 친구들이었어요. 서로를 꽁꽁 붙들고 있으려 했고, 끊임없이 관심을 주고받으며 확인하려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1년에 한두 번 연락해도, 만나면 어색함 없이 바로 편해지는 사람들이 진짜 친구인 것 같아요. 서로의 일상에 간섭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언제든 달려와 줄 수 있는 그런 관계 말입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만났을 때는 자연스럽게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거죠.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관계에서도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걸 다 가져야 하고, 모든 걸 다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적당한 거리가 주는 편안함을 알게 되었달까요. 오히려 가진 것들이 많아져서 불편해 졌다고 해야 할까요.
고양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일상이, 저에게는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은 변하지 않지만, 그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 거겠죠.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끔씩 나누는 안부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 글의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이며, 개와 고양이의 실제 특성이나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