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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4. 2022

폭염

예년에 없는 50여일의 기나긴 장마로 8천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나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이어서 장마가 끝난 지금은 우리나라 곳곳에 최고 35도까지 이르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기상청 백과사전에 의하면

'폭염은 비정상적인 고온 현상이 여러 날 지속되는 것으로 습도도 높은 경우 불쾌감을 주며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일사병, 열사병 및 호흡기 질환 등 온열 질환을 유도하고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이다. 기상재해 중에서 사망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심각한 재해로 인식되고 있으며 에너지, 물, 교통, 의류와 음식의 유통 산업, 관광, 생태계 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라고 나와 있다.


장맛비에 이어서 폭염이 우리 주변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무력하게 만들고 어렵게 하고 있다. 장맛비 마지막 이틀 전날 퇴근하기 위해 문단속을 하면서 2층에 올라온 주무관님께

"이제 비가 그만 내렸으면 좋겠어요."하자

"아유, 진작에 그만 내렸어야 해요. 여기저기 난리가 났잖아요."라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었다.


지루하게 내리는 그것도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 계속되면서 출근하느라 들어가보지 못한 공방이 온통 곰팡이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장마철이면 늘 예제 크고 작은 곰팡이들로 애를 먹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곰팡이들로 지지난 주말 이틀 동안 곰팡이 제거를 하느라 무리했던 탓인지 며칠 동안 허리 통증으로 꼼짝을 못했었다.


장맛비가 그치고 나니 정말 예전의 무더위가 아니다. 몸을 조금만 놀려도 온 몸에서 주르륵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욕마저 상실되고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온 몸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수업을 마치고 점심 후 교무실에 체열하러 내려갔다가 커피를 마시며 잠시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올라오면 퇴근할 때까지 혼자 교실에 있게 된다.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앉아있음에도 줄줄 흐르는 땀은 그만 두고라도 이러다가 질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행정실에 내려가 혹시 선풍기 여분 없느냐고 묻자

"에어컨 켜고 계시지 그래요."라며 나란히 앉아있던 두 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서

"혼자 있다보니 에어컨 켜고 있기가 그래서 견디고 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요."하자 웃으며 선풍기를 모아둔 위치를 알려준다.


마침 내가 있는 과학실로 올라오는 계단 밑 창고여서 선풍기를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으나 모두가 키가 큰 옛날 선풍기들로 맨 앞의 말끔하게 생긴 선풍기를 꺼내 들었는데 받침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모터의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선풍기였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1층에서 2층까지 선풍기를 힘들게 가지고 올라오긴 했지만 틀어놓고 있으니 굳이 에어컨을 켜놓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장시간을 사용하는 탓에 한 번씩 더운 바람이 나오긴 해도 얼마든지 견딜만 하다. 폭염 속에서 눈도 뜰 수 없을 만큼 땀을 줄줄 흘려가며 힘겹게 일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은데 가만히 앉아 선풍기 앞에서 작업하고 있는 나는 감사해야 할 일이다.


코로나와 장마로 이제는 폭염까지 더해져서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나 부디 건강 잃지 말고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어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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