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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4. 2022

코코와 바둑이

한동안 줄에 묶여서 남군을 지키고 있던 코코가 요즘 줄이 풀려서 마냥 신이 났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코코가 잔디밭을 한바퀴 돌고 와서 마구 꼬리를 치며 다가온다. 남편 차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 남편 바라기 코코가 남편을 많이 기다렸던 듯 꿩대신 닭이라고 내가 나타나니 좋아하는 심정을 코코의 행동에서 읽을 수 있었다.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꼼짝않고 서서 쳐다보고 있다. 남편처럼 함께 놀아주거나 끌어안고 진드기라도 잡아주어야 하는데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코코를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오려니 못내 미안하다.


잠시 후에 남편이 들어왔는데 역시 남편이다. 차에서 내린 남편이 코코의 앞발을 붙잡고 세워서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거실 창문을 통해서 보인다. 이처럼 우리집의 강아지들은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강아지들이 남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강아지들이 남편의 사랑을 똑같이 받는데도 코코는 남편을 유난히 좋아한다. 감정표현이 듬직한 바둑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좋다는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남편의 사랑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코코의 적극적인 표현에 호감들을 나타낸다.


남편이 잔디밭에서 퍼팅을 하고 있으면 잽싸게 달려가서 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물어다 남편이 있는 곳에 와서 떨어뜨려 준다. 남편의 자세로 공이 날아갈 방향까지 미리 파악하고 돌아선다니 남편은 가끔 코코의 민감한 감각을 이용해서 장난을 친다.

남편은 빠르게 방향을 돌리기도 하고 헛스윙을 했다가 퍼팅을 하면 속지 않고 여지없이 달려가서 공을 물어오는 코코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남편도 이런 코코와 노는 것이 재미있단다.


뿐만 아니다. 남편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코코는 혼자서 공을 공중에 띄워가며 놀고 있고 남편이 사용했던 장갑을 물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놀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장갑이나 공을 물고 혼자서 왕복달리기도 잘 한다. 혼자서도 노는 방법을 터득한 코코는 바둑이에게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남편이 밖에서 일을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잔디밭에서 코코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여서 남편에게

"여보, 코코 봐. 지금 뭐하는 거야?"하고 물으니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남편이

"왕복달리기를 하고 있는데..."해서 남편과 함께 소리내어 웃었다.


성격과 특성이 달라서 누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바둑이와 코코가 다르다. 같은 암놈인데도 바둑이는 듬직한 사내같다면 코코는 애교많은 천상 여자다.

코코는 겁이 많아서 남편만 졸졸 따라다닌다고 한다. 거실 통유리로 보이는 TV 속의 사람들을 보고도 가끔 짖어대는 코코다.

한밤중 고라니가 나타나서 주변의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에 남편이 나가보면 코코는 데크의 탁자 밑에 숨어서 짖어대고 있단다. 남편을 보고서야 밭으로 뛰어나가는 겁쟁이 코코의 모습에 혼자 웃었다는 남편 말이 그림으로 그려진다. 


한 때 남편의 사랑을 단연코 독차지했던 바둑이는 사람으로 말하면 말이 없고 듬직하며 의리가 있는 영리한 녀석이다. 그런데 남편의 눈밖에 나기 시작하면서 코코에게 밀렸으니 그 이유인 즉슨 줄을 풀어주었다가 묶어야 하는데 말을 잘 듣던 바둑이가 언제부터인가 이리저리 피해다니고 말을 듣지 않더란다. 고깃덩이로 유인하는데도 속지 않는다며 묶을 때마다 애를 먹어서 아예 묶어두어야겠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었다. 호위견처럼 늘 남편과 함께 했던 녀석의 모습이 보기 좋았었었는데.......

바둑이와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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