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내려온 지 8월 31일이면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아로니아는 집을 짓는 동안 어린 묘목을 심어서 다음 해부터 수확을 했으니 작년까지 2번을 수확한 셈이다.
그 동안 아로니아가 너무나 많이 열려서 판매도 하고 지인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었는데 올 봄 냉해와 긴 장마로 얼마 남지 않았던 아로니아까지 새들이 모두 따 먹어버린 바람에 우리가 먹을 아로니아도 없다 한다. 아로니아 뿐만 아니라 자두 등 우리 집의 모든 과일이 올에는 흉작이라니 어디 과일 뿐이랴. 토종 대파를 비롯해서 그 많던 야채들까지 모두 장마로 녹아내렸단다.
모든 농가의 농작물들이 이렇듯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야채와 과일 가격이 폭등했다는 내용을 뉴스를 통해서 들었으나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샐러드를 해 먹기 위해 야채를 사러 갔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야채와 과일 가격에 등허리가 휘는 상황이 되었고 농가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고라니의 습격으로 어린 콩잎을 뜯기기만 했지 이번처럼 멧돼지가 내려와서 고구마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경우는 3년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고라니를 지키기 위해 서군의 바둑이와 남군의 코코를 풀어놓고 다소 효과를 보았으나 멧돼지의 습격은 속수무책이란다. 그야말로 초토화가 된 장면을 보고 멧돼지의 식욕이 얼마나 왕성한지 처음으로 절감하는 기회였다.
올에 멧돼지들의 습격으로 마을에서 피해가 늘어나자 멧돼지를 잡으러 온다는 방송에 기대하고 있던 남편은 멧돼지 사냥꾼들이 초저녁에 잠시 와서 잡는 시늉만 하고 되돌아가는 모습에 실망을 했단다.
연일 멧돼지의 피해로 더 이상 안되겠다 싶던 남편이 직접 나가 바둑이와 함께 멧돼지의 습격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으로 한밤중에 일어나기 위해 초저녁 이른 잠자리에 들었었다. 다음날 결과를 물어보니 남편이 나갔을 때는 이미 멧돼지가 다녀간 뒤였다고 한다.
올에는 삼둥이들이 입국해서 함께 먹을 양으로 많이 심었다는 고구마를 아로니아처럼 전혀 수확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으니 아쉬운 맘 금할 길이 없다. 한 겨울 우리집을 찾는 지인들에게 벽난로 고구마 구이는 인기였었는데......
우리 삼둥이들도 할아버지가 키운 고구마를 벽난로에 구워 먹을 수 있다며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그 맛을 보여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수확하지 못한다면 지인에게 구입해서 구워주면 된다지만 허리가 휘도록 고구마 줄기를 심어놓고 아침 저녁으로 물까지 주었던 정성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