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통화할 때마다 옆에서 할머니와 통화하고 싶다는 막내 지원이는 핸드폰을 건네받고
"할머니, 뭐해요?"하고 묻는다.
"할머니 커피 마시면서 코코 보고 있었어. 코코가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거든"
"할아버지는요?"하고 묻는 말에 남편을 부르자 아무 대답이 없다.
"할아버지 방금 여기 코코하고 놀고 계셨는데 밭에 가셨나보다. 안 계시네."하고 답해주자
"왜 밭에 가셨는데요?"
"우리 지원이가 좋아하는 오이 따러 가셨나..."
"할머니, 할머니! 나 할머니한테 빨리 올게요."
할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할머니집에 빨리 오겠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 내일 갈게요."했던 막내 지원이가 며칠 사이
"할머니한테 빨리 올게요."로 바뀌었다.
막내 지원이가 할머니한테 가고 싶다며 가끔씩 조른단다. 그래서 제 엄마가
"왜 할머니한테 가고 싶은데?"라고 물으면
"할머니가 착해서."라고 대답한다니 5살 어린 아이가 착한 것이 무엇인 줄 알고 말하는 걸까?
"아니, 어린 아기가 착하다는 것은 어찌 알까? 신기하네."하고 딸에게 말하니
"제일 잘 알지. 잘 해주니까.. 안 혼내고.."
"혼낼 일이 있어야지. 잘들 하는데..."
"난 혼낸 일이 많던 걸 ㅎㅎㅎ"
"부모는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혼낼 일이 많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유없이 무조건 예쁘고... 이게 다를 거야. 그래서 교육은 부모가 시켜야 한다잖아."
잠시 딸과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동안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을 대하는 언행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난히 체력이 약해서 매우 힘들어 하셨던 우리 엄마 역시 몸은 힘들어도 우리 아이들을 키우셨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하셨었다. 우리 엄마의 행복했던 그 심정을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서 절감하고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천국이다.
선생님과 친구들 함께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고 급식도 맛이 있어서 많이 먹는다는 둘째 현우는 학교를 일주일 내내 가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하루밖에 안 가서 매우 아쉬워한단다. 학교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현우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방학하면 내려온다고 했지만 아직도 시일이 꽤 남았으니 이 할미도 우리 삼둥이들도 서로 보고 싶어 어찌 견딜까? 막내 지원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급한 마음에 할아버지 집으로 내쳐 달려올 기세인데......
전화를 할 때마다 반복해서
"할머니, 빨리 올게요!"하고 통통 튀는 막내 지원이의 목소리가 통화한지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귓전에서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