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큰 별 하나

가슴 아픈 비보

by 이옥임

3교시 쉬는 시간, 잠시 핸폰을 열어 문자 확인을 하는데 가슴 먹먹해지는 부고 소식이 올라와 있다. 오래 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조만간 들려올 소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가슴에 눈물부터 흘러내렸다.


그 누구보다 고인의 언니를 생각하니 그동안 동생으로 인해 많이 애썼고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손을 못 놓겠다는 동생을 급기야 먼 길 떠나 보내면서 몹시 힘들어 할 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울 언니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동안 유방암 말기였던 고인과 동생 가족을 위해 언니가 얼마나 헌신하며 살아왔는지 주변 지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고인은 모 보험회사의 총괄 본부장으로 능력이 뛰어나고 열정과 에너지가 많은 리더였다. 직원들 하나 하나의 마음을 살펴주며 할 수 있다는 따뜻한 말로 격려해주곤 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힘들어하는 직원들의 손을 잡아주고 희망을 가지고 회사에서 안착할 때까지 큰 힘이 되어 주었다는 많은 분들의 애도 내용을 보고 참으로 아까운 별 하나가 떨어지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의 애도 표현이 전혀 틀림이 없는 실로 아까운 사람이었다. 크지 않은 체구로 그 열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넘치는 에너지가 끊임없이 솟구치는 샘물과도 같았다. 어디에서든 리더로서 빛을 발했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모습은 분명히 남달랐다. 흥도 많아서 늘 유쾌했을 뿐 아니라 적당한 바이브레이션을 넣어서 마이크 없이도 부르는 노래는 웬만한 성악가 못지 않은 풍부한 성량이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 할 만큼 모든 면에 골고루 훌륭한 재능을 갖춘 고인은 한창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50대 후반으로 살아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렇게 가고 말았으니 부고 소식을 듣고 달려간 장례식장은 조문객들의 울음 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부고 소식을 접하고 퇴근 후 내쳐 달려가고 싶었지만 남편의 부산과 거제도 출장으로 다음날 함께 가자는 연락을 받고 아픈 가슴만 쓸어 내려야 했다. 대신 차가 없어 못 가고 있다는 지인의 연락에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하고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서둘러 조문을 갔다.


매우 활달하고 확 트인 성격의 고인과는 다르게 평소 말이 없는 고인의 남편이 자녀들과 함께 상주로 조문을 받았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삐죽삐죽 솟아나 있는 남편의 하얀 수염을 보고 울컥했다. 결혼해서 쌍둥이 임신을 한 큰딸 내외와 결혼식을 눈 앞에 둔 둘째 딸의 예비 신랑이 상주로 함께 서 있는 모습 앞에서 차마 눈물을 보일 수가 없어 가까스로 삼켰다.


얼굴이 많이 상한 언니가 지인들의 곁 테이블로 안내를 해주고 부족하지 않게 음식을 챙겨준 다음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는 언니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언니의 심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에 눈물만 남모르게 훔쳐냈다.


식사를 마치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일어서자 언니가 다가와서 내 손을 꼭 부여잡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울 옥임이 고마워!"한다.

"언니, 잘 챙겨 먹고 몸 조심해."

"그래야지. 염려 마."

진이 다 빠진 겨우 대답하는 소리다.


나흘 후인 일요일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참석해야 한다는 고인의 의지대로 국내 탑 대학병원의 의사진들이 어떻게든 딸의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불과 수일 전에 들었었다. 그래서 딸의 결혼식에 엄마 자리는 지켜줄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목전에 둔 사랑하는 둘째 딸의 결혼식도 보지 못하고 서둘러 떠나버린 어미로서의 그 심정을 어찌 짐작할 수 있으랴.


7번의 유방암 수술을 받으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힘들어 했다고 했었다. 애초에 악성이어서 맞는 약이 없었고 수술을 하고 나면 큰 암 덩어리들이 우후죽순 예제 생겨나서 우리나라에서 그리도 유명하다는 모 대학병원의 의사도 종내에는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의식을 잃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도 그 때마다 오뚜기마냥 우뚝 일어났었다는 고인은 죽음 앞에서도 회사 일을 하며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이겨냈었다니 고인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프다. 마지막으로 1층 현관의 전광판에 활짝 웃고 있는 가장 예쁘고 화려했던 때의 전신 영정 사진을 보니 더욱 가슴이 저려온다.


아무쪼록 더 이상 고통이 없는 천국에서 평안하게 지내기를 소망하며 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가호가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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