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에 물린 코코
"언니, 코코가 심하게 떠는데... 왜 그러지?"
한창 김장 준비로 정신없는데 막내 여동생이 밖을 내다보고 코코가 떤다며 염려를 한다. 그러나 나는 평소 코코가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심하게 떠는 모습을 자주 본 터라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코코가 평소에 잘 떨어. 형부는 털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던데..."
막내 여동생은 상황이 심상찮음을 감지하고 말했음에도 실내에 있는 나와 다른 동생들은 다들 각자 맡은 역할에 정신이 없다보니 그러려니들 했다.
김장을 일찍 마치고 수육을 삶아 김장 김치에 점심을 맛있게 먹고 앉아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옆에 앉아있던 남편이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여보, 코코가 갔어!"하는 소리에 다들 깜짝 놀랐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남편이 바로 나가보니 코코가 자기 집에 들어가 양 다리, 양 팔을 쭉 뻗고 이미 몸이 굳어있는 상태더란다. 분위기 방해할까봐 동생들 다 보내고 이야기를 하려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며 계속 흘리는 남편의 눈물을 보고 모두들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죽을 때가 되니 자기 집에 들어가서 얌전하게 죽어있는 코코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한다.
김장하는 날인데 배추를 날라주어야 할 남편이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닭을 잡는다며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남원에 산다는 여동생의 지인이 이틀 전에 주고 간 토종닭으로 동생들 모였을 때 먹어야 한다고 했었다.
남편이 앉아서 무엇인가를 할 때면 품속으로 파고들어 일을 못하게 하는 코코가 어딘가를 다녀오더니 닭털을 뽑고 있는 남편 주변에서 몸을 떨며 거품을 무는 모습이 심상찮더란다. 쥐잡기에 맹 집중을 하던 코코가 독사에 물렸음을 짐작하고 해독 주사를 한 대 놔주었는데 자신의 집에 들어간 이후 두어 번 나와서 남편의 주변을 맴돌다가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며 그렇게 들어가서 죽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단다.
사실 코코에게는 이미 예견된 일로 다른 녀석들과 달리 쥐잡기에 매우 민감한 아이였다. 어디선가 소리가 나면 장소 불문하고 냅다 달려가서 꼼짝 않고 서서 초 집중을 하는 코코 덕분에 우리집 주변에서 쥐를 볼 수 없었다. 비닐하우스에 들어온 새소리를 듣고도 달려가서 어떻게든 잡아온 녀석이었으니까.
늘 코 주변에 흙이 묻어있는 코코에게 남편은
"코코, 또 쥐 잡는다고 땅 팠구나!"라며 말하곤 했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물론 우리 집을 찾는 많은 분들에게 특별했던 코코가 갑자기 사라지고 나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 내 맘이 이럴진대 남편의 마음은 오죽할까? 당장 코코가 없고보니 종량제 봉투의 모아둔 쓰레기가 난리가 났다. 쥐들이 그랬는지 아니면 주변의 고양이가 그랬는지 모르나 코코가 있을 때에는 일체 없던 일이었다.
우리 집에 한 번 다녀갔던 사람들은 용케도 알아보고 반갑게 꼬리를 치며 달려가 맞이하는 코코의 온순한 모습을 하나같이 다들 좋아하고 너무나 예뻐했었는데....... 소식을 들은 분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안타까워한다.
특별히 남편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코코는 남편을 유난히 잘 따랐을 뿐 아니라 출타하고 들어오면 으례껏 코코의 양손을 잡고 세워서 한참을 놀아주던 남편이었다. 한 여름 잔디 풀을 뽑다가도 그대로 누워서 코코와 장난을 치는 모습은 와이프인 내가 봐도 샘이 날 정도였다. 어디 그 뿐인가. 스스럼 없이 코코와 코 맞춤도 잘 했고 남편이 식사할 때면 용케도 알고 주방 통창에 와서 기다리고 앉아있는 코코에게 자신의 음식을 남겨서 먹여주곤 했었다.
남편이 멀리 던져주는 장난감을 코코가 잽싸게 달려가서 물어오곤 다시 던져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아이는 우리 집에 많은 강아지들이 거쳐갔음에도 코코가 유일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잔디밭에 널려있는 소리가 나는 장난감들을 혼자서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신나게 노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소리만 들어도 '우리 코코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구나'하고 알 수 있었다.
제부와 함께 담벼락에 코코를 묻어준 남편은 코코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참으로 많이 아쉬웠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산 밑 우리집은 강아지들과 지저귀는 새소리들 외에는 들릴 게 없는 한적하고 마냥 조용한 곳인데 코코가 간 날 밤은 적막강산이 되어버렸다.
"삑삑삑~~~"
소리나는 장난감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이리저리 던지고 노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밤새 코코와 짖어대던 진돌이(골드 리트리버)도 코코가 없으니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진돌이는 코코보다 덩치가 배나 커서 울림통 또한 얼마나 큰 지 모른다. 코코가 앞서서 짖기 시작하면 진돌이도 따라서 밤새 큰 소리로 짖어댔었는데......
부디 우리 코코가 좋은 곳으로 잘 가길 바라며, 다음 생이 있다면 행복한 삶으로 태어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