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술래놀이

by 이옥임

결혼으로 일주일 특별휴가를 낸 4학년에 올 마지막으로 5일 출근의 첫 날이다. 점심까지 잘 먹고 술래잡기 놀이한 후 들어오겠다던 아이들 가운데 진수와 여학생 서너명이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상황을 잠자코 주시하고 있는데 여자 회장이 앉아있는 진수의 책상을 발로 차며 반복해서 언성을 높인다.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남학생을 지켜보며 회장에게 "소리 줄이자!"라고 말했음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두 아이를 불러 까닭을 물었다. 먼저 왜 화가 났는지 회장의 이야기를 남학생에게 들어보라고 했다.


"진수가 술래가 되었는데 주저앉아서 꼼짝을 않는 거예요. 그래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술래역할을 하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초과가 되었는데도 계속 앉아있기만 해서 물어보니까 배가 아파서 그랬대요. 그럼 처음부터 술래놀이를 하지 말았던가 아니면 배가 아파서 못 하겠다고 말하고 빠지면 좋은데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으니까 친구들이 화가 났어요. 이게 한 두번이 아니거든요."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내용이 맞느냐고 묻자 진수가

"네, 맞아요. 그런데 진짜 배가 아팠거든요."라는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회장이 받아친다.

"그럼 배가 아프다고 말하고 빠졌어야지. 아무 말 안하고 앉아만 있으니까 친구들이 계속 기다렸잖아. 그런데 너도 생각해봐. 이번이 한 번이 아니잖아. 너는 술래만 되면 다리가 아프다고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잖아. 그렇지?"


확인하는 회장의 말에 진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


"진수야,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앞에 있는 회장이 진수처럼 행동했다면 너는 어떨 것 같아?"

"괜찮아요."

"술래만 되면 이유를 들어가며 술래 역할을 하지 않는데 괜찮아? 너는 술래를 기다리고 있는데..."

"......."


교실에서의 진수 행동으로 봐서도 다른 아이들과 구별이 되기는 했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조용히 하라고 외치면서도 자신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조용히 하라는 그 소리가 되려 더 크고 문제가 된다는 것을 진수는 알지 못한다. 자신의 문제 행동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하면 남 탓만 하는 셈이다.


"진수야, 잘 들어봐. 선생님 생각에는 술래가 되었으면 술래 역할을 해주는 것이 맞아. 그런데 술래만 되었다면 아무 말 없이 딴청을 피우거나 이유도 말하지 않고 앉아만 있다는 것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회장 말대로 술래 역할을 하지 않으려면 아예 술래놀이에 참여하지 말아아야 해. 어때? 진수 생각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회장과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겠어?"

"네"

"그럼, 회장과 함께 놀았던 친구들에게 진수가 사과해야겠다. 사과할 수 있겠어?"


앞에 있는 회장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자 회장이 다음부터는 술래역할을 잘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해결이 된 줄로만 알았었다.


3일 후 점심을 먹고 올라온 진수가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선생님, 엄마에게 전화해도 돼요?"하고 묻는다. 진수의 표정으로 보아서 무엇인가 심상찮은 일이 있음을 짐작하고 물어봤지만 엄마에게 꼭 전화할 일이 있어서란다. 핸드폰을 가지고 나간 진수가 엄마와 한창 통화를 하고 들어와 굳어진 표정으로 어렵게 말을 꺼낸다.


"제가 어제 친구들이 술래놀이를 시켜주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말씀드렸는데 엄마가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나서 결과를 알려달래요."


시계를 보니 5교시 시작 10분 전이다. 그래서 그동안 함께 놀았던 친구들을 나오게 해서 진수가 많이 속상한 이유를 들어보라고 했다.


"어제 너희들이 나를 술래놀이에서 뺐잖아. 하지 말라고......"


진수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잠자코 듣고 있던 친구들이 우후죽순 예제서 손을 들고 서로 말하겠단다. 그래서 진수 옆 줄에 앉아서 진수와 친하게 지내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1학기 처음에 너하고 나하고 술래놀이를 만들었잖아. 그리고 여학생들이 놀이에 많이 참여하게 되면서 술래가 시간 초과하면 놀이에서 빼는 것을 규칙으로 하자며 네가 정했었잖아. 그런데 너는 술래가 될 때마다 다리가 아프다고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우리가 찾으러 갔어. 그리고 어제는 아무 말 없이 앉아서 시간 초과를 했기 때문에 네가 정한 규칙대로 너를 뺀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친구들도 서로 말하겠다며 손을 든 친구들 가운데 여자 친구에게 기회를 주었다.


"맞아요. 선생님, 1학기 때부터 우리가 진수에게 기회를 많이 주었는데도 술래가 될 때마다 술래 역할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시간 초과를 많이 해서 우리가 여지껏 참아오다가 규칙대로 뺀 거예요."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수에게 물었다.

"진수야. 친구들 말이 맞아?"

"네"

"그런데 그저께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기로 했었잖아. 상황을 보니까 친구들에게 사과를 안 한 것 같은데...."

"......."


1학기 때부터 골이 깊은 아이들의 갈등을 내가 더 이상 개입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단 내일 하루만 술래놀이를 금지하겠다고 하자 고맙게도 아이들이 순순히 받아들인다. 출근 하루만 남았으니 월요일 담임교사가 출근하면 해결해 주시도록 메모해 놓겠다고 한 후 선생님이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얘들아, 너희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어느 규칙보다도 친구가 더 소중하다는 것만 기억해야 해. 그리고 술래가 되었으면 술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하는 것이 놀이에서의 의무야. 이 2가지만 기억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단다."


출근 마지막 날인 다음 날 점심을 먹고 올라온 회장이 숨을 헐떡이며 헬레벌떡 교실로 들어온다.


"선생님, 우리 진수와 화해했어요. 그러니까 술래놀이 해도 돼요?"

"화해했다면 당연히 해도 되지."


얼마나 좋은지 정신없이 뛰어나가는 회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건강하고 지혜롭게 그리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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