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미래유산 제 39호

보광재 옛길

by 이옥임

전주미래유산 제 39호로 지정된 보광재 옛길은 전주시 완산구 서학동 흑석골에서 완주군 구이면 평촌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이 길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매우 깊은 길로 구이와 임실 사람들이 전주 장날이면 이 길을 통해서 물건을 팔러 다녔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등하굣길로 사용했던 길이라니 구이와 임실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서려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전주 시민들의 힐링 장소로 '학산 치유의 숲' 조성 사업 등을 통해서 건강과 마음을 치유하고 휴식할 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시에서 노력하고 있고 보호,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집 뒤로 새만금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된 이후 10여 분 거리인 보광재를 전혀 올라가지 못했었다. 꽤 오랜 기간 집 뒤 보광재를 잊고 산 셈이다. 덕분에 운동 장소로 구이저수지 둘레길과 모악산으로 방향을 바꾸었었다.


새만금고속도로가 25년도인 작년 하반기에 개통이 되었음에도 고속도로 주변 정리로 인해서 여전히 공사 중이기 때문에 보광재 올라가는 일은 아직도 불가능할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지난 주 남편이 진돌이를 데리고 보광재에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내주었다.


남편이 보내준 사진들이 보광재 등산로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다. 보광재를 잊고 사는 동안 고속도로 육교 밑에서부터 보광재 골 입구까지 매트를 깔아두었고 군데군데 나무 계단을 설치해서 올라가는데 훨씬 수월하게 했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바로 집 뒤의 엎디면 코 닿을 보광재 운동을 즐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퇴직하고 내려와 살던 초기에는 여러 번 보광재를 올라갔었다. 보광재 밑 골짜기의 험한 길을 오르내리면서 크고 작은 바윗돌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을 다치고 난 이후 전주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는 정비가 너무나 잘 되어 있어서 마냥 부럽기만 했었다.


그래서 군청에 민원을 넣었었다.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기 좋은 장소인데 길이 험해서 오르내리기 너무 힘이 드니 정비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자 시일은 걸렸지만 군청에서 나와 등산로 풀을 깎아주고 일부 구간 줄을 잡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치해주는 정도로 끝났었다.


매트를 깔아서 길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일요일 오후 남편과 함께 진돌이를 데리고 올라갔다. 고속도로 공사 주변도 많이 정리가 되었으나 아직도 정비해야 할 곳이 남아있었고 우리집 옆으로 보광재 올라가는 길도 고속도로 공사업체에서 포장을 해주기로 했다며 포크레인으로 말끔하게 정리를 해둔 상태다.


남편이 마을의 재무를 맡다보니 이장님과 함께 공사장 주변을 수시로 확인, 체크하는 역할을 하면서 공사 진척도를 수시로 전해주어서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현장에 올라가 보기는 처음인 셈이다. 공사장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완공되고 나면 미관상으로 훨씬 좋아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광재에 올라갔다.


보광재에 오르면서 보니 염려했던 마의 구간은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크고 작은 바윗돌들과 굴곡이 심한 등산로로 인해 올라갈 때는 두텁게 쌓인 낙엽 밑의 짚은 돌이 흔들흔들, 행여라도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내려올 때는 앉아서 손을 짚고 기어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실망이었다.


"아니, 정비해야 할 곳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네. 내가 넘어진 곳이 여기인데......"


눈앞에 보광재를 두고도 다음에는 올라올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하는 곳을 긁어주는 것이 정답 아닌가? 그런데 정작 필요한 곳은 외면한 채 정비가 되었으니 상황을 살펴보고 알아서 이용자들을 위한 정비가 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는 아이 젖주는 것 마냥 보채고 채근해야 해결이 되는 행정이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등산로가 좋아졌으니 감사한 일이다.


"다음에는 우리가 앉아서 쉬었던 저기 밑 계단까지만 와야겠다. 여기 있는 돌들을 치우고 매트를 깔아주면 좋은데 여기는 전혀 손대지 않았어. 매트는 여기가 필요한데......"


남편도 위험하다고 느꼈던 듯 내 말에 동조를 한다.

"그래, 당신 혼자 진돌이 데리고 올 때는 저 계단까지만 왔다가는 것이 좋겠다. 아까처럼 계단에 앉아서 쉬었다 내려가."


전주미래유산 제 39호로 지정된 보광재 옛길이 전주에서 올라오는 다듬어진 길처럼 평촌리에서 올라가는 길도 위험하지 않고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멋진 길로 변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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