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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Apr 30. 2022

김장김치

2021년 12월 김장

"언니, 축하해! 성공했네."라는 막내 여동생의 전화가 왔다. 그리고 이어서

"언니집에서 가져온 김장김치하고 지금 밥을 먹고 있는데 양념이 너무나 맛있게 됐다. 배추도 맛있고 간도 잘 절여졌어. 성공했는데....."


맛있다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었다. 여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1년 농사로 배추, 간, 양념 3박자가 잘 어우려져서 깊은 맛이 나는 김장 김치가 되었다니 남편도 매우 뿌듯해한다.

정성을 들여 배추를 기르고 간까지 잘 절여주었으니 남편이 수고를 많이 했다. 행여라도 맛있는 배추가 얼까봐 뽑아대는 바람에 서둘러 김장을 하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을 이처럼 남편이 서둘러 일을 벌이고 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가듯 정신없이 일처리를 해야 하나 마친 후에는 서둘러 준 남편에게 고마워한다.


맛있다는 배추씨를 예제 알아보고 구입해서 뿌리고 정성들여 키우더니 보람을 느끼는 모습이다. 배추를 대형비닐 봉투에 절여놓고 시간만 맞추다 보니 조금 짜게 간해졌다며 다음에는 수시로 확인하고 상태를 봐가며 절여야겠단다. 눈썰미가 남다른 남편이 두어번 간하다보면 배추절이 전문가가 될 것 같다.


절인 배추가 짜다고 해서 양념의 간을 약하게 했다. 다시마 육수와 쌀누룩 발효음료에 고추가루부터 섞어놓은 후에 배, 무, 양파, 직접 깐마늘, 생강에 액젖을 넣고 갈았으며 생새우와 가을에 직접 담근 새우젓을 넣었다. 그리고 매실과 양파청, 무청을 넣고 남편이 재배한 홍갓과 쪽파, 무채를 썰어 김장소를 만들었다.


막내 시어머님의 김치가 너무나 맛있어서 전수를 받고 싶은 생각에 막내 집에 가서 김장을 돕고 있다. 내려와서 3번째 막내 시어머님과 함께 김치를 버무리며 설명을 들었는데  멸치액젓을 당신이 손수 담아 삭혀서 달인 후 걸러 사용하는 것이 김치 맛의 비결이란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넣는다는 청각과 미나리는 사용해 본 적이 없으시다는 말씀에 나도 넣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청각을 넣어야 김치가 맛있다며 180g짜리 청각 봉지를 3개나 사다준 바람에 다 넣고 보니 동생들이 깜짝 놀란다. 사실 나도 몇 배로 불어난 많은 청각이 너무 많지 않을까 살짝 염려가 됐었다.

"언니, 청각이 너무 많지 않아?"

"형부가 청각을 많이 넣어야 시원하고 맛있다며 다 넣으라고 해서 넣었어."하자 아무 말들을 못한다. 큰형부 말이라면 이유없이 무조건 믿고 따르는 동생들이다. 하긴 김치에 대해서 동생들이나 나나 아직 일가견들이 없다보니 할 말들이 없다. 모르는 일이다.


3시간여에 걸쳐서 버무리는 작업을 끝내고 나니 크고 작은 김치통들이 쌓였다. 그 중에 반은 셋째 여동생이 가져갈 김치통이다. 우리가 내려온 이후 시어머님이 살아계셨던 셋째 여동생 집에서 김장을 했으니 그래봐야 2번이다.


"언니, 나는 늦게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배추를 사서 절여놓으셨네. 할 수 없이 김장해야겠다."라며 나를 불렀었다.

어머님이 안 계신 올부터는 형부가 기른 배추로 우리집에서 김장을 하자고 했다. 막내 역시 지금이야 시어머님이 알아서 다 주관하시나 막내가 알아서 담가야 할 때는 우리집에서 함께 담자고 했다.


저장고 온도를 김치 냉장고 온도로 설정해서 저장하기로 했다. 파와 갓을 섞어 담근 김치와 무김치 등 김장김치가 맛있게 숙성이 되면 동생들도 딸도 아들도 갖다 먹기로 했으니 다음에는 더 맛있는 김장 김치를 담가서 맛있게들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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