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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1. 2022

화단의 꽃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 내내 딱 지금과 같은 날씨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하나만 생각했지 나머지 열은 생각 못하는 나만의 욕심이라는 것을 농촌에 살면서 모를 내가 아니다. 


한여름 땀 뻘뻘 흘리며 밤잠을 설치던 무더운 날씨도 추워서 언 손 호호 불어가며 "아유, 추워!"입에 달고 사는 겨울도 아닌 요즘과 같은 햇볕 좋은 날씨가 마냥 행복하다.


선배님께 "햇볕이 너무나 좋아요!"하자

"맞아. 요즘 춥지도 않고 날씨가 너무나 좋아."한다.


햇볕에 반짝거리는 정원의 꽃들도 색감이 너무나 곱다. 이즈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예쁜 꽃들이 이 학교의 정원에는 한창 만발해 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덕분이란다. 꽃에 관심이 많은 이 분은 청소보다도 화초 재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가끔 소홀해진 청소 문제 때문에 관리자에게 주의를 듣는다고...


보라, 주홍, 빨강, 노랑 등 이름도 모르는 많은 꽃들을 종류별로 모아서 온갖 정성으로 세심하게 돌보고 가꾸어 놓은 것을 보면 아주머니의 화초 사랑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햇볕 좋은 오후에 나가 화단을 손보고 계신 아주머니께 꽃 이름을 여쭙자 메리골드, 백일홍, 해당화 등을 가르쳐 주시며 보라색 꽃은 모르겠단다. 학교 담 밖의 집에서 모종을 얻어다가 심었는데 번져서 많아진 거라며..

백일홍, 메리골드는 아주머니 집에 있는 모종을 가지고 와서 심은 건데 번져서 풍성한 꽃밭이 만들어졌다며 학교 아저씨들도 여러 명 거쳐갔지만 이 학교처럼 꽃이 예쁜 학교는 처음 본다고 했단다.


본관 앞, 본관과 후관 사이, 후관을 가득 메운 즐비한 꽃들을 나도 처음 본다. 10월 말인데도 갖가지 꽃들이 아직도 골고루 예쁘게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아주머니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화단이다.


"씨를 받을 수 있나요?"

"그럼요. 이런 것들이 다 씨인데 이렇게 뚝뚝 끊어서 받아두었다가 뿌려주면 돼요."

"네 저희집에도 뿌려봐야겠어요." 

"씨가 많이 열렸으니까 색이 예쁜 것으로 받아요. 백일홍은 홑겹보다도 이런 겹꽃이 예쁘니까 이 것으로 갖다 뿌려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씨앗들을 한 곳에 뿌렸다가 모종으로 옮겨 심어야 해요. 얘네들도 다 그렇게 해서 심은 거야. 모종 한 개만 심어도 나중에는 여기처럼 엄청 번져"


손수 받은 씨앗들을 양 손 가득 건네주시며 예쁘게 가꾸어 보라고 하신다. 아주머니 덕분에 내년 우리집 정원에도 더욱 많은 꽃들이 가득 피어있을 것을 생각하니 지레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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