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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3. 2022

계절의 변화

계절의 변화가 있어서 살 맛이 나고 4계절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9월 1일 아침이 되자 살갗으로 느껴지는 체감온도가 다르다 했었다. 그런데 3일인 어제부터는 낮의 체감온도도 여실히 달라졌다. 선풍기를 틀어놓고도 땀을 줄줄 흘려야 했었는데 이제는 선풍기를 틀어놓으면 찬바람이 나서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만 한다. 이러다가 아예 꺼두고 제자리로 돌려보낼 시간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고 조석으로 냉기가 느껴지니 엊그제까지만 해도 폭염으로 힘들어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기보다 추워질 날이 지레 염려된다. 더위와 추위를 유난히 타는 나는 계절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 무더운 한여름에는

"그래도 여름보다 겨울이 낫지. 겨울에는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여름에는 옷을 벗고도 견딜 수 없으니 방법이 없잖아."하지만 정작 겨울이 되면 

'엄동설한보다 옷을 벗고 생활할 수 있는 여름이 더 낫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늘 새벽녁에는 냉기를 넘어서서 급 한기가 느껴져 침대 전원을 켜고 얇은 이불을 목까지 끌어안고 잤었다. 그런데 이내 다시 이불을 걷어차고 끌어안는 실랑이를 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전에 없었던 이  증상도 나이를 먹으니 나타난다. 나이를 먹다보니 환절기마저도 순탄하게 넘기지 못한다.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어르신이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데 몸 여기 저기 정상이 아니니 더 서러워."라는 말씀을 내가 조금씩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살아온 만큼 내 몸을 부단히 사용을 했으니 당연히 예제 이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데도 마음부터 약해지고 서러워지는 것이 문제다.


한동안 딸 내외가 살았던 미얀마에 가서 말로만 들었던 연중 여름이라는 사실을 경험했었다. 미얀마의 날씨를 세분하면 3계절로 나눌 수가 있는데 남서부 몬순의 영향을 받아서 11월~2월까지는 추운 겨울, 3~4월은 더운 여름, 5~10월은 우기로 나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미얀마는 열대기후로 우리나라에 비하면 1년 내내 여름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근 3주동안 다녀왔었는데 미얀마의 겨울이라고 해야 조석으로는 우리나라의 늦봄과 초가을 날씨, 한낮에는 늦여름 날씨로 활동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우리는 반팔을 입고 다니는데 현지인들은 겨울이라며 패딩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아이러니 했으나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미얀마의 더운 여름과 우기는 우리나라의 한여름과 장마철이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날씨로 24시간 내내 에어켠을 켜두어야만 한다. 문제는 날씨도 날씨지만 모기의 극성이 우리나라 상황과는 현저히 달랐다. 그래서 방에서도 모기장을 펼쳐놓고 자야 하는 상황이고 모기장 안에서도 몇 번을 잠에서 깨어 모기와의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양곤의 외국인 단지에 살았던 딸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선선한 새벽에 일어나 마을 내외를 돌았다. 우리와 같이 운동을 하는 외국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현지 로컬 음식을 사먹고 장을 봐갔다. 오래 산 자신보다도 얼마 안 계셨던 아빠 엄마가 동네 속속을 너무나 잘 안다며 딸은 신기해 했고 운동나갔다 들어오는 아빠와 엄마가 현지인들의 아침식사라는 화덕빵과 튀김 그리고 장을 봐가면 우리 딸은 매우 좋아했었다.

 

우리가 운동을 나가면 새벽에 일어나는 아기 현우와 느즈막히 일어나는 첫사랑 지우가 잠에서 깨기가 바쁘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부터 찾았다고 한다. 운동을 마치고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거실 창문을 통해 딸과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박수를 치며 좋아라 반갑게 맞이해주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미얀마에서의 생활이었지만 즐거웠던 모습들을 가끔 떠올리며 혼자서 미소를 짓고 행복해한다. 연중 무더운 날씨로 느슨해지고 마구 해이해지는 여름 날씨의 미얀마에 다녀와서야 우리나라의 계절과 환경이 얼마나 이상적이고 살기 좋은 나라인지 그래서 늘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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