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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03. 2022

치료비법

그러고 보니 막내 지원이가 이 할미를 닮은 구석이 있다. 지원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은데도 하필 겁이 많은 건 나와 똑같다. 첫사랑 지우는 이 할미의 보조개를 닮았다고 친할머니가 말씀하셨다고 했었다. 정작 나는 내 보조개에 대해서 인식을 못하고 살았었는데 사부인 덕분에 내 보조개의 존재를 알게 된 셈이다. 


지원이가 모기에 물렸다며 가렵다고 보챈다. 그래서 파스를 발라주었는데 대성통곡을 한다.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고 울어댄 이후로는 내가 발라주겠다는 그 어떤 약도 바르지 않겠다며 거부를 한다. 이 때 딸이 나서서

"지원아, 호랑이 연고 발라줄까?"하고 부드럽게 말하자 모습과 태도가 180도로 바뀌어서 얌전한 강아지가 되었다. 모기에 물리면 파스만 바를 줄 알았지 미얀마에서 딸이 사온 호랑이 연고가 두어개가 있었음에도 사용할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엄마, 우리 애들은 모기에게 물렸을 때 호랑이 연고 발라주면 좋아져요. 우리 애들에게는 특효약이지. 호랑이 연고만 있으면 쉽게 해결이 돼. 여기에 둘 거니까 앞으로 이 호랑이 연고를 발라줘요."했음에도 습관은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삼둥이가 모기에게 물렸다며 약을 발라달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파스부터 찾게 된다. 지우가

"할머니, 우리는 호랑이 연고 발라주세요."해서야 

"그래, 맞아. 너희들에게는 호랑이 연고가 특효약이라고 했어.  그런데 호랑이 연고가 어디 있더라?"라며 찾게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유난히 겁이 많았었다. 특히 눈다래끼를 비롯해서 예제 자주 종기가 났던 나를 위해 엄마만의 치료비법이 있었는데 잠이 많은 내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나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해 주셨다. 아프다며 겁을 내고 울 필요도 없었고 무서워하며 식은 땀을 흘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깊은 밤 나도 모르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게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말끔하게 해결이 된 상태였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어른이 되고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의 지혜가 생각났고 나도 엄마처럼 지혜롭게 대처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내가 겁을 먹었고 대신 남편이 해결사가 되어서 나보다 훨씬 부드러운 손길로 해결해 주었다.

"지원이가 겁이 많은 것을 보니 이 할미를 닮았구나. 약을 안바르겠다고 저렇게 난리를 치면 외할머니처럼 지원이가 잠이 들었을 때 치료해 줘."하고 딸에게 외할머니의 비법을 알려주었다. 


사실 남편은 결혼 초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었다. 원하는대로 한의학을 시작하라고 권유했지만 가야 할 길이 멀고 와이프 고생시킨다며 교직에 주저앉아 오롯이 한 길만을 걸어왔다. 한때 이직을 하고 싶어했던 때가 있었으나 지인의 권유로 잘 감내했으니 36년 견뎌준 남편의 의지가 새삼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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