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으로 사람은 몸 안의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새로운 건강 수준까지 자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제아무리 약과 음료를 좋아하더라도, 완전한 단식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해독작용 효과 없이는 적절한 회복을 할 수 없다.(p.103) 조엘 펄먼,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
단식을 이틀째 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모노다이어트(생채소와 과일만 먹는 식이요법) 기간 중에 단식을 하루만 넣거나 안 넣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어제 하루 단식을 하고 나니, 그렇게 못 견딜 만큼 힘들지 않다. 중간중간에 올라오는 식욕만 잘 조절하면, 배고픈 느낌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게다가 단식 시간이 증가하면서 새로 생기는 좋은 효과들이 있는데, 하루 만에 중단하기가 아깝다. 조엘 펄먼의 책에서는 보통 2주-4주의 단식을 치료적 요법으로 사용하고, 장기 단식은 40일 이상 이르기도 한다. 40일 단식은 언감생심이고, 일주일 단식도 아직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모노다이어트 기간에 며칠정도 끼워 넣는 단식정도는 할만하다. 자연식물식과 모노다이어트로 단식을 위한 섭식은 이미 조절된 상태다. 이렇게 좋은 상황에서 이틀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는 아삭아삭한 복숭아를 먹을 생각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막상 먹으려고 보니, 이렇게 좋은 컨디션과 상황에서 단식을 중단하기가 아깝다. 오늘은 일정이 이래저래 있는 날이다. 그래서 나가기 전에 뭘 먹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조엘 펄먼이 단식 10일까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지속했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몇 가지 일을 보는데 별로 긴장하거나 부담스러운 일정도 아니니 물만 마시고 말았다.
사람들을 대하는 내 목소리와 처신에 나도 놀랐다. 평소에 정확하고 명확하게 발음을 하는 편인데, 그것이 어찌 보면 날카로운 목소리일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늘 나의 목소리와 톤이 너무나 부드럽고 포용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대방들도 편안하게 느껴졌는지, 오늘의 일정은 모두 부드럽고 원만하게 풀려 나갔다. 말의 속도도 평소와 달리 매우 느릿느릿해졌다. 급할 것도 없고, 내 몸이 편하다 못해 나른할 지경이니 당연히 말의 속도가 느려졌다. 느린 말은 상대방이 공격을 느끼지 않아서 방어를 하지 못하게 한다. 알고 있는 지식임에도 평소에는 생각의 흐름대로 말을 하다 보니 속도가 점점 빨라졌는데, 말이 느려지다니 신기하다. 마음도 바뀌었다. 여유가 생겼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부터 마음의 평온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느림의 미학이다. ‘안되면 말지, 다른 방법도 있을 테니까. ‘ 등등 온갖 여유가 가득했다. 어제는 일상에 활기가 없었는데, 오늘은 어찌 되었든 일상을 다 소화했다. 걸을 일도 꽤 되었는데, 아침에 걸을 때에는 종아리 근육이 뭉쳐서 당황스러웠다. 하루에 두 시간씩 속보 산책을 하던 사람이었으니 잠깐 걷는다고 다리에 근육이 뭉치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계속 걷다 보니 다리도 풀리고 생각보다 오래 걸을 수 있었다.
아이들 반찬으로는 어묵두부탕을 매콤하게 해 주고, 미나리 전을 부쳐 주었다. 상추 샐러드도 해 주었는데, 로메인 상추 위에 매실청, 생들기름, 간장을 동량으로 뿌려 주었을 뿐인데 맛있게 잘 먹는다. 오늘은 어제 보다 몸무게가 더 줄었다. 1킬로가 줄어서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몸무게를 갱신했다. 아이를 낳고 이 몸무게는 처음이다. 파부의 발진은 완전히 가셨고, 눈의 이물감도 없다. 단식을 하느라 과일을 통한 수분 섭취가 없어서 그런지 갈증은 꾸준히 있다. 그렇다고 벌컥벌컥 마실 정도는 아니고, 한 두 모금씩 꾸준히 마시고 있다. 내일은 다시 모노다이어트를 할 예정이다. 몸무게가 빠지고 건강상 좋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반갑지만, 오늘 오후에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을 잠깐이나마 받았기 때문에 단식을 더 길게 할 생각은 없다. 이르면 내일 아침, 혹은 내일 점심에는 달콤한 복숭아를 먹어야겠다.
*표지 사진 : Unsplash의 Ikhsan Sugiar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