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었다. 무더운 날씨가 눈치도 없이 9월 중순까지도 물러갈 기미가 없어서, 도대체 가을이 오기는 오나 싶었는데, 이제 가을 날씨가 완연하고, 슬쩍슬쩍 차가운 기운이 든다. 산책로에서 단풍을 마주치기도 한다. 가을이 되니 아무 때에나 산책을 나갈 수 있어서 편하다. 대낮에 걸을 일이 있어도 볕이 뜨겁기는 하지만, 못 걸어 다닐 정도는 아니다.
늦은 아침으로 포도와 바나나를 좀 먹었다. 점심에는 현미밥을 했다. 며칠 만의 현미밥이다. 현미는 미리 불려두지 않으면 맛없이 딱딱한 밥이 되어버리니, 좀 귀찮더라도 전날 저녁에 현미를 미리 씻어두는 편이 좋다. 10시간 이상 불린 현미라면, 전기밥통에 50분 돌아가는 현미모드로 밥을 해도 촉촉하고 부드럽게 된다. 지난번에 담근 양파김치와 양배추김치가 인기가 없다. 그렇게 남아도는 김치는 볶으면 금방 먹을 수 있다. 팬에 김치를 넣고 5분 정도 지지고 불을 껐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가열만 한 김치는 접시에 담고 위에 생들기름을 두어 바퀴 두르면 완성이다. 기름에 들들 볶지 않고, 나중에 기름을 추가해 주면 깔끔한 느낌이다. 가지볶음도 마찬가지다. 팬에 양파 한 개를 길쭉하게 잘라 넣고 볶다가, 가지 2개를 길게 스틱으로 잘라서 함께 볶았다. 기름을 넣을 필요는 없고, 타는 느낌이 있으면 물을 몇 큰 술 넣으면 된다. 가지와 양파가 노릇노릇 볶아지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다 된 가지볶음에 생들기름을 두어 바퀴 두르고 잘 섞어주면 완성이다. 향미가 좋아서 아이들도 관심을 갖고 먹는다. 아이들 저녁반찬으로 어묵감자조림을 했다. 카레를 하려다가, 갈비미역국을 데우는 바람에 감자는 조림으로 했다. 양파와 감자를 잘게 깍둑썰기를 해서 기름을 아주 조금 넣고 볶다가, 물 반컵, 간장, 설탕을 넣고 졸이다가 고추장, 어묵을 넣고 마저 졸였다. 멸치액젓과 다시마를 넣지 않고, 고추장을 넣었더니 아이들이 더 잘 먹었다. 나도 몇 번 집어 먹어보니 간이 짭짤해서 반찬으로 먹기에 좋았다.
자연식물식 83일째다. 몸무게가 늘었다. 특별히 더 과식을 하지는 않았는데, 요즘에 이것저것 조금씩 먹기 시작한 게 쌓여서 몸무게로 왔나 보다. 자연식물식을 유연하게 하면서 반찬과 간식으로 소량이나마 자연식물식에서 벗어난 음식을 먹고, 가끔가다 치팅데이까지 가지니 몸무게가 불었다. 먹는 양을 조정하든지, 아니면, 자연식물식 음식을 조금 더 강하게 고수하든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