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가 어디에 있을까? 찾아 헤매면 헤맬수록 파랑새는 소원해지고 만다. 어디에도 없는 줄 알고 기진맥진해서 집에 돌아오면 이미 파랑새는 집에 있다. 파랑새를 찾겠다는 조급함에 파랑새가 보이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작은 파랑새 한 마리쯤은 있다. 이게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느낀 감정이다. 오늘은 자연식물식 100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은 물김치 한 대접과 사과 몇 조각을 먹고 점심과 저녁은 잡곡밥에 물김치, 삼삼한 열무김치와, 몇 가지 김치, 그리고 멸치볶음(자연식물식 음식에 포함되지 않지만 얼마 전부터는 먹고 있다), 그리고 김으로 차렸다. 간식으로는 찐 고구마와 맛탕 두어 조각, 그리고 사과를 먹었다. 마침 물김치가 다 떨어져서 새로 담갔다. 아침과 저녁에 한 대접씩 먹는 물김치 덕택에 속이 얼마나 편안한지 모른다. 자연식물식이 한참 지났을 때에도 속이 더부룩한 증상은 쉽게 가시지 않았는데, 물김치를 담그고 매일 물김치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속이 편안해졌다. 먹고 좋으니 떨어지면 또 새로 담그고 있다. 자주 담그니 물김치 담그기에 자신이 붙고 점점 빠른 속도로 담가도 점점 맛있게 만들어지고 있다. 물김치는 건더기를 빡빡하게 많이 넣어서 아주 삼삼하게 담근다. 그래야 샐러드 대용으로 한 대접씩 양껏 먹어도 부담이 없다.
냉장고에 큰 양배추 한 통과 양파, 사과가 많이 있어서 세 가지 재료로 물김치를 담갔다. 양배추 한 통은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소금 세 큰 술에 절여 둔다. 양파 2개와 사과 5개는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절이지 않고 그냥 둔다. 물을 넉넉히 넣은 작은 냄비에 찹쌀가루 한 큰 술을 풀어가며 끓인다. 찹쌀풀이 한 번 포르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식힌다. 식은 찹쌀풀에 소금 반 큰 술, 설탕, 식초, 매실청을 1:1:1의 비율로 넣어 섞는다. 절여진 양배추는 몇 번 헹구어서 물기를 빼고, 준비한 통에 양배추, 양파, 사과, 양념을 넣고 물을 가득 붓는다. 냉장고에 넣고 맛있게 숙성되기를 기다린다. 그럼 사과양배추물김치 만들기 완성이다. 간이 입에 맹맹하게 느껴져도 냉장고에서 숙성이 되면 시원한 맛이 살아난다. 숙성이 되어도 너무 싱거워서 못 먹을 정도이면 소금이나 멸치액젓으로 추가 간을 하면 된다. 샐러드 대용으로 먹으려면 삼삼하게 담그는 게 좋다. 물김치를 꾸준히 담그면서부터는 매일 샐러드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자연식물식 식탁을 차리기가 더욱 편해졌다. 자연식물식을 위한 특별한 반찬을 별도로 만들지 않아도 물김치와 삼삼한 김치 몇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자연식물식 100일째다. 100일이 오기는 오는 건가 싶었는데, 이렇게 왔다. 산에 오를 때에도 언제 오르나 싶지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원하는 장소에 당도한다. 이제는 자연식물식을 천일 동안, 날짜를 셀 수 없을 만큼 긴 기간 동안, 어쩌면 평생동안 해 보아야겠다.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고, 마음까지 편안해지니 자연식물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우리네 한식은 자연식물식에 아주 좋은 식단이다. 자연식물식은 한식을 차리듯이 준비하되 싱겁게 만들고, 고기반찬만 먹지 않으면 된다. 삼삼한 나물과 싱거운 김치만 있으면 자연식물식 식탁은 훌륭하게 완성된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등산을 시작했고, 건강 상 여러 효과도 있었다. 처음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계기였던 아토피 피부도 많이 호전되어서 이제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자연식물식 초기부터 눈의 이물감이 사라져서 드디어 렌즈도 새로 맞추었다. 이전에는 심한 갈증을 느껴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는데, 이 증상도 자연식물식 초기에 이미 잡혔다. 속이 더부룩한 증상은 물김치를 규칙적으로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해결되었다. 처음 30일은 엄격한 자연식물식(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유지했지만 31일째부터는 유연한 자연식물식(자연식물식을 기본으로 하되, 이외의 음식도 일부 먹는 것)을 유지했다. 즐겁고 편안한 자연식물식 100일째이고, 1000일 자연식물식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