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마침 커다란 어묵 한 봉지가 들어왔다. 어묵탕은 어묵보다 채소가 제대로 들어가야 맛있으니, 무를 사러 친환경 매장에 갔는데, 무가 정말 어찌나 작은지 연근보다 잘다. 일반 마트에서 파는 무는 오동통하니 커다란데, 친환경 무는 자잘한 것을 보니 농약이든 화학비료든 뭐든 안 쓰고 잘 길렀으려니 믿고, 그나마 굵은 무를 골라서 사가지고 왔다. 냄비에 물을 받고 불을 센 불로 올렸다. 다시마를 몇 장 넣어 끓이면서 무를 씻어서 한 토막 얇게 잘라서 바로 냄비에 넣었다. 냄비에 물을 끓이면서, 오래 익혀야 하는 채소 순으로 잘라 넣으면 빨리 끓일 수 있다. 새송이버섯도 두 개를 한 입 크기로 잘라서 넣고, 양파 한 개, 매운 고추 3개, 두부 반 모도 한 입 크기로 잘라 넣었다. 멸치액젓과 간장으로 간을 하고 어묵을 넉넉히 넣었다. 매운 고추가 3개나 들어갔는데도 다른 재료가 많으니, 별로 맵지 않아서, 고춧가루를 한 작은 술 추가했다. 텁텁하고 얼큰하게 간이 맞다. 재료를 넣는 동안에 이미 충분히 끓였고, 익는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무도 얇게 잘라 넣어서 금방 익으니, 어묵까지 넣고 포르르 끓어오르면 불을 꺼도 된다. 간을 세게 하지 않았는데, 어묵이 국물에 우러나오니 간이 딱 맞아서 아이들이 잘 먹는다. 어제 끓여 둔 된장국이 있지만, 나도 오늘은 어묵탕을 먹었다. 어묵은 자연식물식 음식이 아니니, 어묵은 적게, 채소는 많이 담아 먹었다.
자연식물식 108일째다.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으니, 가족들과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편하다. 자연식물식이 아닌 식재료가 들어간 음식은, 가공된 식재료만 좀 덜 먹는 식으로 하고 있다. 아침, 저녁에는 삼삼한 물김치를 한 대접씩 샐러드 대용으로 곁들인다. 간식으로는 쑥쌀가루로 쑥설기를 쪘다. 쑥설기는 찜통에 해동한 쑥쌀가루를 올리고 한 김 찌면 완성이다(20분 정도 찌고, 다 익으면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쑥쌀가루를 방앗간에서 빻을 때, 이미 소금 간을 해주기 때문에 추가 간도 필요 없다. 빨리 익으라고 가운데를 도넛 모양으로 비워주면 좋다. 콩과 팥을 따로 푹 삶아서 곁들여 먹으면 조합이 좋다. 떡을 찐 날은 간식으로 떡을 여러 번 먹다 보니 과식한 느낌이 들지만 쑥이 쌀만큼이나 많이 들었으니 건강한 음식인 것은 확실하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Haiming Xi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