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공하지 않은 날음식만 먹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몸이 청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이 보내는 편안함과 불편함의 신호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음식들을 싫어하게 된다면, 그것은 당신의 몸이 그런 것들을 충분히 먹었고 더 이상 유독하고 자극적인 항원에 대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즉시 혼합 식단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채소나 그것으로 만든 주스로 구성된 일종의 ‘정화 식품’은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이것은 장내에 여러 해 동안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유독성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신체는 항체가 장에 손상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대개 명확한 불쾌감을 나타내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때가 바로 정화를 중단해야 할 때다.(p.805) 안드레아스 모리츠, <건강과 치유의 비밀>
어제 가족들에게 닭백숙을 해주었는데 너무 많이 남아서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 두었다. 나는 주로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고, 가족들에게도 가능하면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차려주려고 애쓰지만, 강요는 금물이다. 가족들이 원하는 날에는 고기반찬을 꽤 해주는 편이라, 어제는 작은 크기의 닭을 두 마리나 삶았는데, 가족들이 국물과 닭다리 부분만 조금 먹고는 별로 먹지 않아서 절반 이상 남았다. 닭백숙 국물은 훌륭한 육수이니 남은 닭백숙으로 닭칼국수를 끓였다.
육수가 이미 있으니 칼국수 생면만 사가지고 오면 칼국수 끓이기는 쉽다. 냉장고에 있던 닭백숙 냄비를 꺼내어 보니 위에 기름층이 허옇고 두껍게 올라와 있다. 어제 닭을 초벌로 삶고 여러 번 씻은 다음 끓였는데도 기름이 엄청나다. 냉장고에 하룻밤 있는 사이에 허연 기름층이 굳어서 거둬내기에 좋다. 국자로 싹 건져내고 보니 밥공기에 가득 들어갈 만큼의 많은 양이다. 기름을 거둬낸 국물에 닭고기 살코기를 조금 떼어서 넣고, 센 불에 올렸다. 감자 1개, 양파 1개를 얇게 썰어 넣고 푹푹 끓이다가 칼국수면을 넣고 간장으로 추가 간을 했다. 국수가 거의 다 읽었을 때 대파 한 뿌리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완성이다. 이미 닭백숙 육수의 맛이 진하기 때문에 간장으로만 간을 해도 충분하다. 어제 닭백숙은 간도 보기 싫더니 채소와 국수가 들어간 닭칼국수는 당겼다. 그래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면과 익은 채소와 국물을 맛보았다. 닭고기는 아직 먹기 불편해서 담지 않았다. 밀가루 면도 자연식물식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한동안 먹지 않다가 오랜만에 맛을 보았는데, 닭고기를 제외한 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소고기 미역국처럼 고기가 들어간 국의 국물은 얼마 전부터 먹어왔던 터라 국물은 불편한 느낌이 없었다. 닭칼국수는 작은 그릇에 맛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식사는 배추된장국에 채소반찬으로 자연식물식을 추가했다. 아침은 물김치에 과일, 그리고 밥과 채소반찬, 저녁도 된장국에 자연식물식을 했지만, 가족들 반찬으로 만든 어묵볶음도 조금 먹었다. 베이글도 간식으로 당겼지만, 이미 국수로 밀가루를 섭취했으니 자제하고, 대신 집에서 만든 고구마맛탕을 몇 개 먹었다.
자연식물식 110일째이다. 이제 자연식물식이 별다르거나 어색하거나 불편한 느낌 없이, 편안하고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자연식물식을 유연하게 유지하면서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도 조금씩 맛있게 섭취하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계기였던 아토피 피부도 많이 좋아져서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보았을 때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면서 눈의 이물감도 자연스럽게 사라져서 요즘에는 매일 드림렌즈를 착용하고 자는데도 전혀 불편감이 없다. 안경 없는 생활이 너무 편해서, 안경 없는 세상을 선물 받은 느낌에 만족스럽다. 자연식물식을 한참 하다 보니 운동이 좋아졌는데, 오늘은 분주한 하루를 보내느라 등산은 하지 못하고 늦은 시간에 가까운 공원을 한 시간 남짓 걸었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Ruthy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