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니 차가운 물김치보다는 따뜻한 음식에 손이 간다. 그래서 며칠간 물김치를 먹지 않았더니 속이 이전만큼 편하지 않다. 역시 배추나 양배추 같은 잎채소가 들어간 물김치를 먹었을 때 속이 가장 편안하다. 똑같은 자연식물식을 해도, 물김치를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에는 소화되는 느낌에 차이가 있다. 물김치를 아주 싱겁게 만드는 편이고, 그래서 거의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선할 때 먹는 편인데도, 유산균이 많이 생기는 건지, 아니면 규칙적으로 십자화과 채소를 (생으로 상당한 양을) 매일 먹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연유로든 결과적으로 싱거운 물김치를 매일 아침 넉넉히 먹는 것은 소화과정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짜게 담그면 많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소금을 적게 넣고 삼삼하게 담가서 식사 대용으로 물김치만 먹기도 하고 샐러드 대용으로 물김치를 먹기도 한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몸의 컨디션이 아주 좋은데, 물김치의 역할이 크다.
김장철이 지나고 나니, 싱싱한 배추를 한 포기씩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세 포기 묶음으로 파는 배추가 싱싱한데, 세 포기씩이나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워서 얼갈이배추를 샀다. 얼갈이배추는 일반 배추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니 물김치 담그기에는 더 좋다. 다만 배추보다 사이즈가 작으니 수십 포기의 작은 얼갈이배추를 다듬는 게 일이라면 일이다. 500그램짜리 얼갈이를 세 봉지 준비했다. 총 1.5킬로그램의 얼갈이를 깨끗이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소금 두 큰 술에 절였다. 작은 크기의 무가 냉장고에 한 개 남아 있어서 껍질을 벗기고 나박하게 잘라서 얼갈이 절이는 다라이에 섞어서 함께 절였다(소금을 더 추가하지는 않았다). 알싸한 채소에는 달콤한 과일이 잘 어울리니 냉장고에서 사과 2개를 꺼내서 얇게 잘랐다. 사과도 절임채소와 섞어 두었다. 얼갈이가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30분 정도 절였다), 미리 끓여서 식혀 둔 찹쌀풀(물에 찹쌀가루 한 큰 술 섞어서 포르르 한 번 끓였다)을 섞고, 설탕, 식초, 매실청을 1:1:1의 비율로 섞어서 양념을 했다. 양념에 섞인 주재료를 통에 담고 물을 가득 채워 주면 완성이다. 채소를 절일 때 소금을 사용했고, 절여진 채소를 씻지 않고 사용했으니 따로 소금을 넣지 않았다. 간을 보니 좀 싱거운 느낌이다. 싱거운 물김치를 만들려고 작정했으니 딱 좋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숙성시키면서 내일부터 먹으면 맛이 좋을 것이다. 물김치는 담글 때마다 맛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매번 새로운 조합으로 만들기 때문에(보통 제철 채소와 과일을 이용한다), 맛이 만들 때마다 새롭다. 얼갈이를 주재료로 담그기는 처음이다. 배추보다 아삭거리는 맛이 강하고 식감이 연하니 맛이 기대된다. 냉장고에서 간이 골고루 배면서 맛있어지길 기다려야겠다.
자연식물식 168일째다. 아침에는 물김치(보름 전에 만들어 둔 단감배추물김치) 한 대접으로 자연식물식을 했다. 점심과 저녁에 단백질을 과하게 먹었지만, 아침이라도 제대로 자연식물식을 하면 속이 덜 부대끼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