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다.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밖에서 즐기면 딱 좋은 날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감기기운이 있는 데다가 열까지 오르니 밖에 나가기가 부담스러워졌다. 몸이 아플 때에는 산해진미가 무슨 소용인가? 집에서 편안하게 눕고 쉬면서 소화하기 좋은 음식이 최고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아이도 어른도 고생, 몸도 마음도 편치 않다. 요즘에 아이들 사이에서 감기가 돌고, 특히 독감도 돈다고 하니 더욱 신경이 쓰인다. 좋은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자기 몸을 소중히 대하면 감기가 자주 오지는 않을 테니, 아이가 스스로를 더욱 소중히 여기기를 바라며 집에서라도 가장 건강한 음식을 준비해 주는 수밖에….
아플 때에는 밥맛도 없으니, 흰 죽을 끓여주었다. 고기나 채소를 넣은 죽보다 흰 죽이 가장 속에 편하니, 물에 백미밥을 한 주걱 넣고 센 불에 끓였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15분 이상 두면 흰 죽이 완성된다. 죽에 곁들일 속 편한 된장국을 끓였다. 마침 황태육수가 있어서, 육수에 된장을 풀고 미역과 두부만 넣어서 끓였는데, 아이는 손도 대지 않는다. 그저 흰 죽이라도 먹으니 다행스럽다. 양약은 가능하면 먹이고 싶지 않지만, 열까지 나니 어제 소아과에서 지어 온 약을 먹였다. 저녁에는 다행히 기운이 나는지, 죽에 김치와 진미채까지 곁들여서 두 그릇이나 비웠다. 다른 가족들 반찬은 만두전골에 대파맛살볶음을 했다. 외식을 하려고 식재료를 제대로 준비해 두지 못해서, 냉장고 속 재료를 급히 꺼내어 이것저것 만들었다.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즐겁게 한다. 크리스마스니 간식이라도 만들어 주려고 토르티야를 꺼냈다. 토르티야에 케첩과 스리라차소스(생략 가능)를 바르고 양파만 잔뜩 잘라서 올리고, 그 위에 모차렐라치즈를 뿌렸다. 250도 오븐에 10분 정도 구우니 구움색이 살짝 갈색빛이 돌아서 딱 좋다. 다행히 감기기운이 있는 아이들도 잘 먹는다. 바깥에서 먹는 피자와 달리 집에서 만든 피자는 부담이 없다. 해봐야 얇은 토르티야에 소스 조금, 그리고 몸에 좋은 양파 잔뜩(감자나 올리브, 혹은 고구마무스를 올려도 된다), 자연치즈 한 줌이 들어갔으니 그리 해로울 게 없다. 바깥음식을 먹이고 싶지만, 그럴 컨디션이 안될 때, 집에서 피자를 구우면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갑자기 외식을 못해서 아쉬웠던 가족들도 수제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자연식물식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즐거움이 있다. 성탄절, 밖에서 화려한 공간을 보며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더욱 소중한 일이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Ivan Tor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