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자연식물식에 아주 유용한 식재료다. 자연식물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식물성 식품을 가공하지 않고 엄격하게 매일 먹지 못하더라도, 처음에 자연식물식에 익숙해지는 동안(개인적으로 30일을 지켰다) 제대로 절제한다면, 그 기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좀 유연하게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인 식습관이 무가공식물 위주의 식사라면 건강상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아토피 피부를 낫고자 시작했던 자연식물식을 초반처럼 완전히 유지하지는 않고 있지만, 피부는 점점 더 건강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있다. 건강한 식습관에 익숙해지고 매일 샐러드 대용의 물김치를 먹는 등의 방법으로 십자화과채소 섭취를 꾸준히 넉넉히 하면서부터는 속도 얼마나 편한 지 모른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부터 감기도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살짝 스쳐가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걸려버렸다. 감기가 스쳐 지나가는 정도일 때에는 잠깐(길어도 하루) 부슬부슬 앓고 마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하루 동안 열이 오르더니 이틀째 기침이 남아있다. 콧물에 목아픔까지 제대로 감기다. 감기도 면역반응의 작용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 마음 편히 몸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몸이 힘든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럴 때에도 만들기 쉬운 자연식물식 반찬들이 있으니, 자연식물식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다.
두부를 한 모 준비하고 두부부침을 시작했다.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팬이 달아오르기 전에(너무 달궈진 뒤에 두부를 넣으면 물이 튀어 오른다), 도톰한 두께로 자른 두부를 올린다. 두부를 앞뒤로 노릇하게 굽고, 불을 끈 뒤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간을 하고, 생들기름을 한 바퀴 두른다. 프라이팬 여열이 있어서 두부에 들기름이 타탁거리면서 스며든다. 생들기름은 발연점이 낮으니 불기가 약할 때, 요리 마지막에 넣는 게 좋다. 달걀도 같은 방식으로 들기름프라이를 하고, 냉장고의 몇 가지 반찬을 꺼내서 상을 차렸는데, 감기에 걸린 상태라, 다른 반찬보다 뜨끈한 콩나물국에 구이김이 가장 맛있다. 숙주는 따로 데치지 않고, 프라이팬에 숨이 죽을 만큼만 볶다가, 우동간장, 설탕 약간, 후추 약간으로 간을 했는데 맛있게 잘 되었지만 그다지 손이 가지는 않았다. 숙주볶음에는 맛살을 몇 줄 넣으면(자연식물식 음식은 아니지만) 가족들 반찬으로는 더 인기가 있다.
감기에 걸려도, 걸리지 않아도 자연식물식이다. 자연식물식을 하면,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완전한 자연식물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기후 환경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완전한 마음의 평정상태도 아니니 가끔씩 걸리는 감기는 몸의 디톡스 작용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은 힘들어하니, 어쩔 수 없이 소아과에서 처방해 준 약을 며칠 동안 먹이며 도움을 받고 있다. 나는 약을 먹지 않고 있지만 그럭저럭 며칠 만에 호전되고 있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Firas Firdaus Ramadhan